영암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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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이야기 서호면

한의사가 된 건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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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할머니가 해 준 이야기여. 옛날 우리 마을 신씨네 집안에 망나니 같은 아들이 있었어. 부잣집 외아들이라 오냐오냐 키운께 안하무인이여. 우아래도 없이 지베끼 몰라.
 에랬을 적에는 걸핏하면 집안에 하인 아그들을 불러다 골탕 믹이고, 지나가는 사람에게 물 뿌리고, 빨래하는 여자한테 돌 던지고, 별 못 된 짓은 다하고 다녔어. 그란디 이놈이 열너댓 살 때부터는 뭣을 알아갖고 계집애들 젖통 만지고, 치마 벗기고 하더니, 급기야는 여종을 겁탈해 부렀어.
 그란디 달이 갈수록 여종의 배가 불러오더니, 산달이 돼부렀어. 그것이 뭔 일인지 어느 날 암도 없는디, 집안사람들이 모다 나가 불고 그 여종이 애기를 날라고 몸부림치는 소리를 듣고 그집 아들이 가본께, 이것이 말이 아닌거여. 피로 범벅이 된 여종을 붙들고 어찌할까를 모르고 쩔쩔매고 있는 참에 여종이 죽어부렀어. 애기는 다 나오지도 못하고 걱서 죽어 불고.
 그 일이 있은 후로 그 골칫거리 아들이 집을 나가서 정처 없이 걷다가 어느 한의원 앞을 지나게 되었는디, 마치 임신한 여자가 나오는 것을 보고, 안으로 들어가서, 걱서 일을 도와주고 먹고자고 했어.
 본래 부잣집에서 글도 깨우치고 했던터라 어렵지 않게 의술을 배워갖고 왔는디, 고향마을로 안 들어오고, 저기 읍내에다 한의원을 채리고 있음시로, 여자 환자에게 최고로 잘 해 줬대. 소문을 듣고 그 어매가 약 지러 갔는디, 어매는 몰라 봤는디, 하도 약을 잘해 준께 오래 살았는디, 나중에 죽기 전에사 자기 아들인지 알았다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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