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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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이야기 금정면

왕버들나무와 호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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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동에는 마을 앞을 가로지르는 냇갈이 있어. 냇갈 뽀짝 옆에는 왕버들 나무가 있지. 수백 년 된 오래된 나무로 둘레가 서너 사람이 잡아야 돼. 이 왕버들 나무는 속이 텅 비어 있는디, 사람이 들어갈 수도 있고, 위로는 구녁이 뚫려 있어서 하늘이 뻔히 보여.
 옛날 이 우게 감자골에 할머니, 아빠, 엄마, 애기, 이렇게 넷이 사는디, 어느 날 엄마, 아빠가 방아를 찧으러 나갔어. 집에는 애기와 할머니가 남아 있는데 애기가 울음을 터트리는 거야. 애기가 하도 우니까, 할머니가 애를 달래며 겁 줄라고,“너 울면 뒷산에서 호랑이가 내려와 잡아간다”했는데 그래도 우는 거야.
 그 때 마침 진짜로 부엌에 호랑이가 와서 따뜻한데서 자고 있었다지 뭐야. 우리 아부지 말에 집에 있는 개들이 부뚜막이 따뜻하니 존께, 거그 올라와서 자고 그런다고 했어. 아마 호랑이도 개들처럼 따뜻한 데가 좋았던 모양이야. 호랑이가 생각하기를“내가 온 걸 어떻게 알았을까”하고 움찔했지.
 그때 마침 부엌에 도둑이 들어왔어. 도둑이 들어와 갖고 더듬더듬 하는데, 물컹물컹한 무엇이 잡히더래. 캄캄하니까 개라고 생각하고“옳다 됐다”하고 목에다 메고 내려오는디, 너무 무겁고 힘이 들었대. 감자골에서 부터 메고 학동까지 내려오는데 너무 무거워 왕버들 나무에 떡~ 기댔지. 나무에 기대고 고개를 돌려 위를 흘끔 보니 아~ 이놈이 개가 아니고 호랑인거야.
 개인줄 알고 잡아 왔더니 무서운 호랑이었어. 오금이 저려서 호랑이를 버리고 얼른 나무 밑구멍이 있는 데로 들어가서 숨었대. 호랑이도“이때가 기회다”하고 나무위로 기어 올라가 숨었어. 도둑은 나가지도 들어가지도 못하고 있고, 호랑이 역시도“나보다도 힘쎈 놈인데 이거를 어떻게 떨칠까”하고 고민을 했다 하대.
 마침 도둑이 우에를 쳐다보니 호랑이 꼴랑지와 불알이 나무둥지 구멍 아래로 내려와 있더래. 그래서 머리에 쓴 상투를 풀어서 꼴랑지와 불알을 칭칭 동여매고 호랑이를 꼼짝 못하게 나무에 쨈매 두었지. 그렇게 도둑은 나무 속 구댕이에 있고, 호랑이는 나무 위에서 오도가도 못 하고 묶이게 된 셈이지. 다음날 마을 사람들은 호랑이를 잡아 동네잔치를 했다지 뭐야.
 지금도 그 왕버들 나무가 있어. 거기 구녁이 커서 어른도 들어가. 언제 한번 가보소. 우리 집 바로 건너에 있는디, 금정 학동마을 개천 옆에 우산각이 있어요. 바로 거기 뽀짝 옆에 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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