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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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이야기 학산면

아천포구 떡장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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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여그 아천수퍼 앞에서 오른쪽으로 보이는 다리 앞까지 옛날에는 바닷물이 들어왔지라. 마치 저기 구림의 상대포구까지 배가 들어와 과거 왕인박사가 일본에 문물을 전해주러 갔다는 거 맹키로. 좌우간 저 아천포구 앞에 장이 열리곤 했는데, 걱서 한석봉엄마가 떡장수를 했다는 것이지. 거 뭐시냐 글씨를 허벌나게 잘 쓴다는 한석봉이 말여.
 원래 한석봉이는 여기서 태어난 게 아니고 저기 개성지역의 높은 벼슬을 한 집안 자제였다는 구만. 근디 석봉이가 어렸을 때 아버지가 일찍 죽어서 가계가 기울고 홀어머니 밑에서 겁나 가난했다는구먼. 아들이 글씨 잘 쓰기를 타고 났는디, 너무 가난해서 붓과 종이를 살 수 없어 돌다리에나 반들반들한 항아리 위에다 물을 찍어 글씨 연습을 하곤 했다는구먼.
 석봉이 스승이 영암이 고향인 신희남이란 양반이었는디, 그분이 영암으로 오는데 어매랑 따라 온거여. 글씨 공부할라고 저기 영암서 머물면서 글씨를 배우고 정진하였다는 먼.
 찢어지게 가난한 한석봉 어머니 백씨는 에린 아들을 뒷바라지하기 위하여 한씨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는 학산면 용산리 한새등에 거처를 정했다는구먼. 당시 양반 체면에 가계에 누를 끼칠까봐 고향에서는 엄두도 못낸 떡 장사를 시작했다지. 바로 저그 아천포구라는 항구 위 다리거리 장터에 나가 떡 장사를 했다는 게야.
 오직 하나 뿐인 아들에게 희망을 걸고 말이지. 동화책에는 한석봉 어매가 개성 삼시로 떡 장시를 했다는 것은 앞뒤가 안 맞는 엉터리여. 저기 구림마을에 육우당이라는 현판이 한석봉 글씨란 말도 있어. 좌우간 한석봉이 어매와 불 끄고 떡 썰고, 글씨 쓰는 시합 야그가 나온 곳이 바로 이곳 앞 장터에서 있었던 일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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