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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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이야기 서호면

죽은 사람과의 결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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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것은 진짜로 내가 본 이야긴디, 저기 개음마을에 우리 일가친척이 갑자기 죽었다 해서 내가 가 봤어. 그란디 걱서 죽은 사람하고 산 사람하고 결혼식을 시키더라고요.
 그 사람이 어디서 여자를 데려다 살면서 아들 형제를 낳았어라. 결혼을 안하고 살다가, 일하러 나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교통사고로 객사했어. 젊은 마누라와 아들 둘을 남겨놓고 가게 되자, 어른들이 늦게나마 혼례를 치러야 한다고 죽은 사람을 혼인시켰어라.
 죽은 사람 놔 놓고 각시를 좋게 꾸며갖고 혼례식을 시킵디다. 여자가 빨간 치매에 초록 저고리 입고 그 위에 원삼을 걸치고, 연지곤지 찧고 머리에 족두리 올리고 큰절하고 그라더라고. 술도 오고가고 그랬제. 시늉만 하는 것이어. 죽은 남자는 방에 관 속에 있고, 사진만 놔두고 그라고 합디다.
 남자를 그대로 놔두면 몽달귀신이라 죽어도 천당에 못 가. 전에는 혼인식을 하지 못하면 댕기머리를 올리지 못했어. 그랑께 애기 놓고 살아도 혼인식을 못한 사람은 총각인 셈이여. 결혼한 사람만 받아주니 몽달귀신을 면할라고 이치가 있는 거지.
아무 탈이 없으라고 죽은 사람이라도 혼인을 시키는 것이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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