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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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이야기 군서면

세 마리 학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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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조 말기였제. 우리 광산김씨 동네에 학문이 뛰어나고 문장이 기가 막힌 선비가 있었어. 이 분이 과거시험을 보러 가게 되었는디, 동문수학하던 이웃마을 선비 두 분하고 함께 동행을 하게 되었어. 세 분 선비가 과거시험을 보러 간 것이제.
 그런데 그날 밤 문중 어른 한 분이 기묘한 꿈을 꾼 것이여. 꿈속에서 보니까 소나무 위로 세 마리 학이 날아와 앉더라는 것이여. 큰 소나무 위에서 한참을 놀다가 날아가는디, 두 마리만 훨훨 날아가고 한 마리는 나무 아래로 톡 떨어져불더라는 것이여.
 그래서 이 어르신이 얼른 문중회의를 열어서 자초지종을 이야기하고 그 선비를 불렀어.‘너는 과거시험 보러 가는 도중에 네 재주를 함부러 내보이지 마라. 그리고 과거시험장에서 절대로 답안지를 누구에게든 팔지 마라. 그것만 지키면 틀림없이 급제할 것인께.’어른들이 아조 신신당부를 했다고 해. 이 선비가 학문이 뛰어나지만 인정이 많아 혹시라도 인정에 끄들릴까 걱정이 된 것이제.
 과거시험장에 도착하여 시험을 보는 디 문제를 보고 바로 답안지를 작성했는데, 옆 마을 선비가 사정사정을 하드라는 것이여.“자네는 실력이 좋으니까 또 쓸 수 있잖은가? 나는 이번에 떨어지면 고향마을에 갈 면목이 없네. 나 좀 봐주소.”그랑께 마음이 약해진 김씨 선비가 그냥 자기가 쓴 답안지를 줘부렀어.
 그리고 다시 답안지를 작성했는데 이번에는 저쪽 마을 선비가 또 사정사정하는 것이여.“우리 셋이 과거보러 왔는데 나만 떨어져불면 뭔 면목으로 고향 어른들을 뵐 수 있겄는가? 자네는 실력이 뛰어나니 나 한 번 만 살려주소.”그래서 인정에 끄들려 또 답안지를 줘분 것이여. 그리고 나서 답안지를 다시 써서 제출했는데, 아 시상에 그 두 사람은 합격하고 이 선비는 낙방해분 것이여.
 이 소식을 접한 우리 동네 김씨 문중에서는 난리가 나부렀제. 그렇게 신신당부했는디 결국 인정에 끄들려 일을 그르쳐분 것이제. 문중에서는“콱 오기만 해봐라, 아조 혼짝을 내불랑께”하고 벼르고 있었제.
 그란디 그 선비가 내려오다가 어른들 볼 면목도 없고 밥도 제대로 못 먹고 해서 굶어 죽어분 것이여. 딱 꿈대로 되야분 것 아니여, 기가 맥힌 일이제.
 그 선비 덕으로 과거 급제한 두 선비 집안에서는 김선비 제삿날에 매년 제찬을 가지고 와서 예를 올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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