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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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이야기 군서면

호랑이 물리친 나뭇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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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날 우리 마을에 밭몰 양반 이라는 농부가 살았어요. 키가 크고 인물이 훤하니 잘 생긴 분인데, 힘도 장사였제. 칠십이 세 때까지 그 무거운 쟁기를 지게에 지고 댕김시러 쟁기질을 했은께. 머리도 좋아서 삼국지를 통째로 외우다시피 해서 삼국지 이야기가 나오면 누구한테도 지지 않았제.
 그란디 그 양반이 맨손으로 월출산 호랭이를 물리친 이야기가 우리 마을 전설로 내려오고 있제.
 그때가 일제 식민지 시대였어요. 우리 마을은 보다시피 주변에 큰 산이 없고 들만 있어서 겨울에 쓸 나무 땔감 마련하는 것이 아조 큰일이었어. 볏짚은 퇴비 만들고 새끼 꼬는데 써야 하니까 맘대로 불을 땔 수가 없었제.
 가을일 끝내놓고 쩌그 월출산 도갑사 뒷산까지 가서 나무를 해왔어요. 소나무나 참나무 가지를 낫으로 쳐서 지게에 한 짐 지고 오는 것이지라. 여그서 도갑사까지 이십 리 길인데 힘센 사람들은 하루에 두 번 다녀오기도 했제. 재수 없으면 상감을 만나 나무를 빼앗기기도 했어. 상감을 피하느라 쩌그 강진 쪽으로 돌아서 오기도 했어라. 고상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어. 말로 할 수가 없제.
 어느 날 밭몰 아제가 동네 청년들하고 지게를 지고 월출산에 나무를 하러갔는갑습디다. 도갑사 뒷산에 가서 한참 나무를 하고 있는디, 갑자기 똥이 메라 부렀어요. 급똥이어서 도저히 참지를 못하고 덤불 속에 들어가서 일을 보게 되었제. 바지춤을 내리고 쪼그려 앙거서 똥을 싸고 있는디, 앞쪽에서 갑자기 이상한 소리가 들리는 것이여. 으그락 뚜욱딱, 으그락 뚜욱딱 이런 소리가 반복해서 계속 들리는디, 밭몰 아제 있는 곳으로 점점 가까워지는 것이요.‘이 소리가 도대체 먼 소리다냐? 내가 똥 싸고 있는 줄 알고 틀림없이 어떤 놈이 나를 놀리느라고 장난을 치는 것이겠제!’이렇게 짐작하고는 느닷없이 벼락같은 소리를 내질렀어.
“거 어뜬 놈이 장난치는 것이냐! 썩 물러가거라, 이놈!”원래 밭몰 아제 목소리가 사정없이 큰 양반이거든, 천둥 같은 호통소리가 도갑사 골짜기에 쩌렁쩌렁 울렸제. 그러자 으그락 뚜욱딱 소리가 갑자기 뚝 그치더니, 앙거서 똥 싸고 있던 밭몰 아제 머리 위로 집채만 한 호랭이가 배를 희카니 내놓고 휙 날아가더란 것이여.
 으그락 뚜~욱딱 소리는 호랑이가 걸을 때 나는 소리였제. 으그락은 호랑이 목에서 나오는 으르렁 거리는 소리고, 뚜~욱딱은 호랑이가 걸으면서 나뭇가지를 밟을 때 가지가 부러지는 소리였던 것이제.
 그런데 이 호랑이가 태평스럽게 어슬렁어슬렁 걸어오다가 덤불 속에서 큰일 보던 밭몰 아제가 호랭인줄 모르고 느닷없이 질러대는 벽력같은 호통소리에 깜짝 놀라서 기겁을 하고 휙 내빼부렀던 것이제.
 그란디 밭몰 아제 입장에서 보면 집채만 한 호랭이가 배를 희카게 내놓고 머리 위로 휙 날아가는 것을 봐부렀으니 얼마나 놀라부렀겄어? 혼비백산해가지고 똥 싸는 것도 잊어불고 바지춤을 움켜쥔 채 걸음아 나살려라 내빼부렀제.
 애럽게 해논 나뭇짐이고 뭐고 지게까지 다 내뿔어불고 도갑사 대웅전 있는 데로 도망가분 것이제. 밭몰 양반이 느닷없이 내빼니까 나무하던 다른 청년들도 영문도 모르면서 덩달아서 같이 내달렸제.
 나중에 나무지게를 수습한 후 마을로 돌아와 자초지종을 말해주니 맨손으로 호통을 쳐서 월출산 호랭이를 물리쳐분 장사라고 칭찬이 자자했제. 그 뒤로 동네 사람들이 밭몰 아제한테‘으그락 뚜~욱딱’이라는 별명을 지어주었제. 그 양반 돌아가실 때까지 으그락 뚜욱딱이라고 불렀어요, 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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