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조선시대 나주목사를 지낸 임구령이란 분이 저쪽 구림에 와서 정착했는디, 주변 지세를 살펴보니 상대포까지 바닷물이 들어왔다 빠졌다 하는 것을 보고, 양장리와 동호리 사이의 물목이 수 백간 밖에 안 되어서 그곳에 제방을 쌓으면 많은 농토를 만들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재산을 쏟아 부어 농토를 만든 이야기가 있어요. 내가 어릴 적 들었을 때는 무지하게 신기하고 무섭기도 했는디, 지금 생각해도 그것이 사실이라 믿어져. 나만 아니고 우리 마을 어르신들은 다들 믿을 것이요. 아줌씨도 들어보셨지라?
(마을회관에 함께 있던 아주머니들 : 지남제 얘기? 자세히는 몰라도 대충은 알제.)
옛날에는 중장비도 없을 때니 바다를 막는 일이 얼매나 심들었것소. 보통 심으로는 어림도 없제. 그런데 구림 부자댁 임구령 어른께서 암만 돈이 많아도 그라제 돈만으로 제방을 막기는 힘들지라. 그래서 도통한 스님을 산 채로 묻어 버린께, 파도가 잔잔해지고 뚝방을 쉽게 막을 수 있었을 것이오.
(조사자 : 옆에 아주머님들도 스님 생매장 이야기 들어보셨어요?)
(아주머니 : 나도 뚝방 만들 때 사람이 많이 죽었다는 이야기는 들었는디 잘 모르것소.)
그것이 그냥 사람이 아니고 스님이고, 그냥 사고로 죽은 것이 아니고 하늘의 계시로 생긴 일이랑께. 이것은 실화여. 아주머니들도 구림의 임구령 목사 아시지라우? 아 거 해남에서 이쪽으로 와서 정착한 구림 부자 안 있소.
임 목사가 처음에는 이쪽 뻘밭이 얕다고 시피보고 동호리와 양장리 양쪽 산모탱이에서 뚝방을 쌓기 시작했는데, 어마어마한 사람들이 동원돼서 바지게로 흙을 날라 부섰는디 마치 긴 개미떼처럼 달라들어 흙을 캐다 부섰다고 들었소. 그 많은 사람들을 동원해서 밥 맥이고, 술 맥이고, 돈 줌시로 수백 일을 했는데, 뚝방을 거의 다 쌓고 마지막 물막이 공사만 남겨놓았는데, 갑자기 심한 물살이 들이닥쳐 쌓아놓은 도팍을 휩쓸어가고 또 휩쓸어 가기를 여러 번 거듭하여 마침내 실의에 빠져 버렸소.
그러던 어느 날 밤 꿈을 꾸니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 나타나 임 목사에게 하는 말이“마지막 물막이 공사를 할 때 그 곳에 스님 다섯 명을 생매장하면 둑이 터지지 않을 것이요”하고 사라져 버렸는데, 임 목사는 꿈이 신기하다 싶기도 하고 해서 이튿날 뚝방 뿌서진 곳에 나가서 아무리 생각해도 뚝방을 쌓을 묘수가 생각나지 않고, 그렇다고 스님 다섯 명을 생매장한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 하늘을 보고 한탄만 했소.
“노인이 꿈에 한 말은 내 힘으로 할 수 없는 일이고, 재산도 다 털어 쓰고 없는데 더 이상 어떻게 한단 말인가?”라며 포기 상태로 멍하니 서서 눈물을 흘리고 있을 때, 한 스님이 목탁을 두드리며 나타나 무슨 어려움이 있느냐고 물었다.
임 목사는 자초지종을 말하고 모든 일이 생각대로만은 되지 않는다고 스님에게 묘수를 물었다. 이 말을 들은 스님이“백성을 위해 나라님도 못하는 좋은 일을 하시는데 부처님인들 어찌 방관하시겠습니까? 소승은 진남사에서 불도를 닦는 오중이라는 사람입니다. 몇 월 며칠 날 물막이 공사를 할 수 있게 준비를 하시면 소승이 와서 돕겠습니다”라고 말하고 사라졌다. 임 목사는 이 말을 듣고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이 들어 용기백배하여 있는 힘을 다 모타서 공사 준비를 하고 스님이 오기만을 기다렸는디. 마침내 그 날이 오자 약속한대로 진남사 오중 스님이 나타나서 물 빠진 현장에서 진두지휘하기 시작했어. 수천 명의 인부가 동원되어 동호리와 양장리 쪽에서 돌망태와 흙무더기를 쏟아 넣었는디, 마지막 물막이를 앞두고는 스님이 직접 소나무 둥치를 걸쳐 넣고 인부들을 독려하는 것이여. 어느 순간 물 흐름이 끊기고 제방이 완성됐어. 모두 만세를 하고 환호성을 지르는 동안 스님은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여.
안타깝게도 스님은 쏟아지는 흙무더기 속에 휩쓸려 들어가 제방아래에 매장되고 만 것이여.
그 후 다시는 제방이 터지지 않았고, 그 스님이 바로 진남사에서 온 오중 스님이라는 것을 알고, 그래서 감사하는 마음을 더해 동네사람들은 그 제방을 진남제라고 했다는 것이 내가 알고 있는 것이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