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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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이야기 군서면

겁 많은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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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 어릴 때 우리 집에 있던 소가 지금도 가끔 생각나요. 전에는 소도 집안 식구처럼 이름을 붙여 좋는디, 우리 소가 매미였어. 내가“매미야”그라고 부르면 소가“응머”하고 대답해.
 보통 사람은 소가 덩치가 커서 무섭다고 생각하는디, 그것이 아니여. 뿌사리 보면 사납게 생겨서 무서워 한디, 그것이 아니여. 소는 무지하게 겁이 많은 동물인디, 본래 눈이 커다란 짐승은 다 순한 법이어. 지가 무서면 그 큰 눈에 겁을 잔뜩 집어먹고, 귀로 양쪽 눈을 이라고 가려버려. 지가 안 보면 안 무섭다고 생각한가 봐.
 내가 소 뛰끼는 일을 하다가 초등학교 사학년 때 소를 끌고 오는 것을 깜박했어. 우산각 옆에 쨈매 놨는디, 잠자려다 말고 그때서야 생각나서 가봤더니. 컴컴한 대서 아무 소리가 안 나. 보통 매미가 밥을 먹으면 핑갱소리가 나거든, 되새김질 할 때도 소리가 난디 그때는 아무소리가 안나.
 그래서“매미야”하고 불렀더니, 컴컴한 속에서 매미가 조심스럽게“ 음~머”하는 거야. 꼭 울 것처럼 목소리가“음~머”하더라고. 언능 가서 데꼬온디 방울 소리도 안 나게 살금살금 걸어오더라고. 얼마나 겁이 났으면 밤이라 무선께 내 옆에 딱 붙어서 방울 소리도 안 나.
 매미가 다 커서 아부지가 독천장에 판다고 데꼬갈라하는디 막 버티고 안 나올라고 하는 거야, 어짤수 없이 끌려 나오는데 눈물을 주룩주룩 흘리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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