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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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이야기 군서면

구림리 매향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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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긍께, 저 옛날 여그 바닷가에서 사람들이 옹구도 굽고, 무역하러 많은 사람들이 드나들 때 얘기여. 인근 섬 지역은 물론이고 중국까정 사람들이 옹구 폴러 댕기기도 하고, 중국 것들을 가져오기도 했다니께.
 나도 들은 얘기인디, 어느 날 한 승려가 와서 미륵불을 아느냐고 물었대. 여그 인근 사람은 아닌 듯하여, 사람들은 수근거렸지. 미륵이라고? 석가모니불에 대해서나 겨우 알고 있었던 사람들에게 아주 생소한 말이었제. 근디 때마침 어떤 사람이‘자기가 미륵이라고 했다는 사람을 알고 있다’는 것이었어. 뭔 나라를 세웠다는 사람인디, 자기가 미륵이라고 해갖고 관심법으로 사람들도 많이 죽였다 그래. 그 사람은 가짜 미륵이었던 거제.
 그 승려가 얘기하기를 미륵불이 하생을 하면 우리 같은 중생은 구제를 받고, 도솔천에서 태어날 수 있다는 거여. 그래서 미래에 오실 미륵불에게 살아생전 공덕을 많이 쌓아야 한다고 얘기하고 다닌거여, 시주도 받고.
 그때는 이미 요 윗다리 지방에는 미륵부처님 모시는 절들도 많이 지어졌던 시절이었던가 봐. 미륵부처님 닮은 사유상인가, 뭔가 같은 것도 막 맹글어지고, 우리덜도 자주 다니는 금산사같은 절도 그때 절이라고 하드랑께.
 어쨌든 스님 말씀대로 미래 부처님께 공덕을 드리기 위해 시주들도 많이 했것제. 근디 자기 살아생전에는 보지 못할 공덕이지만, 백 년 후에나 그 빛을 발하는 제일 큰 시주가 있다고 말했어. 그것은 바로 미륵불이 하생했을 때, 향을 공양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하곤 스님은 사라져 버렸어.
 그래서 사람들은 그때부터 관심을 가지고 내가 죽어서 가는 세상에 대해 공덕을 쌓아야겠다고 이리 생각한 거지. 향나무를 묻어 백년이 지나면 잘 썩지도 않게 침향으로 변하면서 엄청난 좋은 향이 난대. 후세에 오실 미륵부처님께 미리 복을 빌기 위해 향을 공양하며 바닷가 근처 갯벌같은 데다 나무를 묻고 근처에 비를 세웠겠지. 그라고 자기덜 이름도 새겨놓고 누구누구가 이 향을 바치며 복을 빌었소 하고 써놓은 것이제.
 육십년대 쯤에 새마을 운동이 한창일 때 도로정비를 했어. 쩌그 굴다리 너머 백암동 들어가기 전 쯤이었을 것이여. 거그를 팠는데, 뭐 좀 글씨같은 것이 새겨진 돌이 나왔지. 그때에 우리 마을 최정○씨라고, 고인이 되셨는디 그 분이 자기 집에다 돌을 갔다 놨제. 그라고는 이정표 정도로 생각하고 다들 잊어뿌렀는데, 팔십년대 들어와 그것이 다시 관심을 받은 거여.
 우리 군에서 어디 높은 데다 의뢰하고 해서 서울 쪽에서 사람들이 많이 왔어. 웬만큼 내용은 나왔는디, 거 뭐냐 불교관련 매향비라냐 뭐라냐 그라대. 바로 오래전 사람덜이 이 근처 바닷가에 세워둔 것이 발견된 것이제. 참 놀랍지 않소?
 그래서 나도 우리 집 건너편 상대포에 세워진 것이라 관심이 가드라고. 이런 비슷한 것이 저짝 서호 엄길리에도 있제. 우덜도 가봤어. 글짜바우라고 있는디 이것도 비슷하당께. 전문가라는 사람덜한테 들어본께, 여그 것이 엄청 오래 되았다구만. 엄길리 것보다 더 오래되었대.
 여그는 옛날에 큰 배가 드나드는 항구였응께 그런 것들이 있었던 모양이여. 우리 도갑사에 가면 절 뒤쪽에 미륵전이라고 안 있드라고, 거가 미륵부처님을 떡 하니 모셔논 곳이여. 도갑사는 도선국사가 세웠다는 절이니께 아마 그때 여그 사람들도 미륵 부처님을 크게 봉양했나 봐.
 얼추 비슷한 시기에 다 미륵하고 연관이 되는 걸 보면 그런 생각이 안드요? 예전부터 여그는 절 밑 동네라 도갑사에 안댕긴 사람이 없었제. 지금도 우리 동네 사람들은 거그 미륵전에 기도하러 많이 다녀. 미륵 부처님께 복을 빌어야 내가 죽어서도 좋은 곳으로 가제. 아마 우리 마을 어디 쯤 파보면 그 오래된 향나무가 발견될지도 몰라. 엄길리 것하고 매향비만 두 개 발견이 되었잖어. 진도 바닷가 어디서는 갯벌에서 천칠백 년 전 것이 발견되어서 미륵부처님으로 깎았다고 하더라고. 참 신기한 일이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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