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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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이야기 도포면

돼지우리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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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 년에 두 번 정월 대보름날, 칠월 보름날에 도포 뒷산 산신에게 제사를 지내지요. 뒷산에 산신제 모시는 장소가 있어요. 신북 호산이 호랑이 모양, 시종 태산이 사자 모양이라면, 이곳 도포는 돼지모양이지요. 호랑이가 돼지를 잡아먹으려고 하는데 포수가 호랑이를 겨누고 있어서 돼지를 못 잡아먹는다는 전설이 내려와요. 태산봉의 사자가 바로 호랑이를 견제하는 포수인 셈이지요. 그랑께 쩌그 신북 호산에 있는 호랑이가 돼지를 잡아먹고 싶어도 태산봉 포수가 총을 겨누고 있어서 여기까지 못 오는 것이라는 이야기이지요.
 그리고 우리 마을은 유독 동네 처녀 총각끼리 눈이 맞아 살림을 많이 차리는 편입니다. 아까도 말했지만, 우리 마을 도포 뒷산이 돼지모양입니다. 돼지는 쪼끄만 우리 안에서 살잖아요. 옛날 우리 선배들 보면 한동네 사람들끼리 연애를 많이 하고 결혼해서 살았어.
 돼지들이라 딴 데로 안 가고 좁은 울타리 안에서 즈그들끼리 연애해서 많이 살았어요. 돼지라 그라제, 허허. 나도 우리 동네 여자하고 연애해서 결혼하고 살아요. 돼지는 예로부터 재물과 다복을 상징하니. 마을 사람들이 다들 복슬복슬 하니 경제적으로 잘 사는 편입니다. 돼지는 새끼도 많이 낳잖아요, 아그들도 건강하니 잘 낳고 다복하니 살지요. 저도 육남매나 두었습니다, 허허.
 영산호 막기 전 이곳은 바닷가였는데 우리 동네 사람들은 자기식구들 먹을라고 맛 잡고 괴기 잡았제, 폴라고 하질 않았어요. 오히려 딴 동네 사람들이 와서 맛이며 게며 잡아다가 돈샀지요. 외지사람들이 우리 마을 사람들에게 생선을 팔았지요. 우리가 그 사람들한테 사먹은 것이지요.
 그런데 희한하게도 우리 동네 사람들은 일을 안 해요. 논도 없고 하우스도 없어요. 개펄에 들어가서 일 한 것도 없어요. 그란디 일을 안 하고도 잘 살아요. 또 깨끗하게 살아요. 우리 동네가 은근히 부자 동네에요. 동네가 상당히 컸었어요. 주조장도 있었고, 석유 파는 데도 있었지요. 이곳이 반 도시였던 거지요. 그러니 옛날에 우리 동네 사람들이 딴 동네 마실갈 때‘촌에 간다’고 했어요. 우리는 스스로 도시에서 산다고 생각했던 것이지요. 돼지모양의 마을에서 살다보니 아득바득 안 해도 재물이 생기는 모양입니다. 그래서 지금도 도포 뒷산에 가서 지극정성으로 일 년에 두 번씩 산신제를 모시고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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