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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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이야기 도포면

피란 간 돛단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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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육이오 때 이야기여. 지역 폭동들이 난무했지. 하도 세상이 어수선하니 부모님이 나를 가거도로 피난 보냈어. 지금 생각하면 아찔해. 어짤라고 그런 배를 탔는지 몰라. 요만해. 저기서부터 여그까지 한 오 미터 된 배를 타고 갔어. 바람으로 가는 풍선이었어요.
 당시는 도포에 여러 배가 들어왔는디, 흑산도나 가거도에서도 괴기를 잡아 팔러 여까지 왔어. 홍어도 있고 상어도 있고 여러 가지였어. 두세 명이 배를 타고 와서 곡식이랑 바꿔갔어. 그 배에 우리 숙부님이랑 다섯 명이 얹어 타고 갔는디, 지금 타라면 죽어도 못 탈 것 같아.
 여그서 가거도까지 사흘 걸려서 갔는디, 바람을 타고 갔어. 뒤에서 바람을 맞으면 꽤 빨리 가더라고. 뱃사람들이 워쩌코롬 찾아가는지, 나침판으로 가는지, 별을 보고 가는지 하여간 제대로 찾아가더라고. 집채만 한 파도가 칠 때면 배가 가랑잎처럼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는디 안 까바진 것이 용해.
 배를 타면 배도 징하게 빨리 고파. 배에서 밥해 먹고 자고 그랬는디 공간이 없은께 포도시 자고 먹고 했어. 천신만고 끝에 가거도에 도착했더니 우리 말고도 피란 온 사람들이 많드만. 먹을 것이 없은께 칡을 캐서 갈아서 물에 담가놓으면 덩어리가 가라앉아. 그것을 밀가루 죽처럼 해서 먹었는디 많이 먹은께, 속이 아리하니 안 좋더만. 맛이 독해.
 거그는 하도 먼께 인민군이 안 들어왔어. 중국에서 닭이 울면 들릴 정도로 그 쪽하고 가깝다 해. 목숨 걸고 피난 간 것이 기가 막히지. 그런 일은 죽어도 다시 못 하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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