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건이 이쪽 영암 일대와 나주 일대의 평야를 차지하기 위해 덕진포로 쳐들어와서 견훤을 쫓아 냈는디, 덕진포 해전에서 패한 견훤은 반남면에 있는 자미산에 숨어들었어.
 이때 왕건은 덕진포 해전에서 운 좋게 승리하고 가까운 신북면 모산에 모여 향후 전략을 짜고 있었어. 그 사이 견훤과 왕건은 서로 비밀리에 상대를 제거해 버릴 궁리를 했어. 왕건은 수륙 양면 협공 작전을 계획하고 일부 군사는 모산에 그대로 있는 척하고 나머지 군사를 데리고 영암천을 통해 견훤이 있는 자미산 후방으로 진군했는데, 가는 도중 남해포에 들러 전열을 가다듬기 위해 여그 남해포에서 하룻밤 진을 쳤어.
 그런데 이런 왕건의 작전을 미리 눈치 챈 견훤이 야간 급습을 위해 남해포 인근 야산에서 잠복하고 기다리고 있었어. 이것을 눈치 못 챈 왕건은 다음날 자미성을 포위하여 견훤을 잡을 일을 계획하고 있었어. 깊은 잠에 빠져있던 왕건은 꿈을 꾸었는데 꿈에 바다용을 탄 백발노인이 나타나 당장 자신이 인도하는 바다를 건너라고 경고했어. 왕건은 본능적으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군사를 이끌고 정박해 있던 배에 탔는데, 배는 무언가가 끌어당기는 것처럼 강한 물살에 떠내려갔어.
 이때 숲속에서 수백발의 불화살이 날아와 왕건 군사가 떠난 막사에 날아들고, 어디에선가 질풍처럼 달려 나온 견훤의 군사가 순식간에 막사일대를 장악하며 왕건의 군사를 찾았지만, 이미 왕건은 배를 타고 떠난 뒤였어. 왕건은 다행히 몸을 피해 강 건너 무안 청용리에 도착했어. 왕건의 꿈에 나타난 바다용신의 말을 따라 배를 탔던 곳이 시종면 남해포였고, 여기서 살아남은 왕건은 낸중에 고려를 건국할 수 있었어요.
 그런데 이 전설은 왕건하고 고려 현종이 바뀌어서 전하고 있어요. 현종이 거란족한테 쫓겼다고 하는데 거란은 개성 아래로 내려온 적이 없어요. 여기 우리 영암에서 전투를 했던 전설적인 인물은 왕건과 견훤뿐이고, 저쪽 무안군에서도 왕건 설화가 있는데 꿈을 꾸고 영산강을 건너온 사람이 왕건이라고 알려졌다는 일화가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