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어릴 적에 덕진과 영암 사이는 쌍돛단배가 드나들던 바다였어요. 지금은 영산강 하구둑을 막고 간척사업을 해 뿌러서 실개천으로 변해 버렸지. 전에는 모래사장도 있고 넓은 갯뻘도 있어서 너나할 것 없이 바다에 나가 먹을 양식을 구했어요.
그 때는 물귀신이 여자를 데려갔다는 얘기가 많았어라. 물귀신이라 하면 바다 속의 용왕 정도로 생각하면 될 듯한데, 그 중에서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어요.
옛날 바닷물이 드나들던 시절에 덕진강 근처 마을에 착한 남매가 살고 있었는디, 바다에 꼬막을 잡으러 나간 누나가 돌아오지 못하고 빠져 죽어 부렀지라. 어느 날 그 동생이 바닷물을 보면서 누나를 부르며 울고 있었는디, 그때 마침 용왕의 명령을 받들어‘노래하는 나무’를 찾으러 다니던 돌고래 신하가 그 소리를 들었어. 그랑께 그 신하는 아무리‘노래하는 나무’를 찾아봐도 없은께 지쳐서 다시 바다로 돌아갈라다 그 동생을 만난거야.
돌고래 신하는 그 동생에게 어째 울고 있는지 사연을 묻고는 혹시‘노래하는 나무’가 있는 곳을 안가 물어봤어. 동생은‘노래하는 나무’를 안다고 대답했어. 바다 신하는 깜짝 놀래서 소년에게 매달려‘노래하는 나무’를 알려 달라고 사정했겠지.“천상에도 가락이 있고 지상에도 가락이 있는디 용궁에는 가락이 없어 용왕이 노래하는 나무를 구해오라 했다”고 저간의 사정을 얘기함시로,“지금까지 신발이 아흔아홉 켤레나 닳도록 돌아 댕겼지만 여태껏 찾지 못하고 지금 마지막으로 백 켤레 째의 신발도 바닥이 닳아 도저히 더 이상 못 댕길 형편이니 빨리 구해서 돌아가고 싶다”며 통사정을 했어.
그 동생은‘이때다’싶어서 돌고래 신하와 합의를 봤어.‘노래하는 나무’는 지가 찾아주기로 하고 그 대신 용왕이 데려간 이삔 누나를 신하가 데려온다는 것이었지. 그 동생은 버들가지를 꺾어서는 능숙한 솜씨로 피리를 만들어 구슬프게 불어댔어.
버들피리의 아름다운 소리에 놀란 바다 신하는 얼른‘노래하는 나무’를 찾았다고 용궁에 알리고, 그 누나를 동생에게 보내 줬어. 용궁에서 돌아온 누나는 나중에 나라의 왕비가 되고, 동생은 나라의 현명한 신하가 되어 행복하게 살았다는 것이 이야기의 전부야.
아마도 이 이야기는 옛날 마한시대의 작은 부족 국가의 왕비를 받들어 모시기 위해 만들어진 신화가 아닌가 생각되지만 정확히는 모르겠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