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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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이야기 덕진면

말귀 아는 구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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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 아랫집에가 구랭이가 나왔어. 지스락 끝에서 나와 갖고 제비집에 있는 새끼들을 잡아먹을라고 낼름낼름 거리고 있었어라. 대가리를 그쪽으로 대고 있으니 무서워 가까이 못 가고 멀리서 소리쳤어.“워메, 제비는 가만히 놔두시오!”그랬더니 참말로 구랭이가 안 잡아먹습디다. 구랭이지스락 밑으로 들어가 보일락 말락 있는 거야. 그래서 또 소리쳤더니 들어가 버리더구만.
 한 번은 옆집 아짐씨독담에 막 빌고 있습디다. 보니까 구랭이땀독을 타오른께, 얼른 무르팍을 꿇고 두 손을 싹싹 빔시로“뭐 하러 나온답니까, 얼른 들어가시쇼. 어째 나오셨는가요, 여그는 아무 일 없은께 들어가쇼”그라고 빌더라고. 그 소리를 들었는지 구랭이땀독 너메로 들어가더라고요.
 구랭이가 나오면 어쩐 사람은 머리털을 잘라서 불에 태워서 앞에다 휘휘 젓는다 합디다. 그라믄 들어가 분다 했어라.
 아무튼 구랭이한테는 빌어야 해.“좋은 데 찾아가쇼”하고 보내야제, 잡아 죽이면 안 돼라. 말귀를 다 알아 먹는당께. 안 잡고 지나가길 바라야지, 나쁜 짓하면 해꼬지 해. 구랭이가 집터 지키는 신이여.
(조사자 : 어떻게 해코지 하는지 들어보셨어요?)
 저 동네 학암 양반이 한 번은 구랭이를 잡았어. 지붕에 올라가서 걸쳐져 있는 구랭이를 잡아서 팔아먹은 거야. 저기 독천 갖고 가면 사는 사람이 있어. 잡아갖고 구두닦이에게 팔았는디, 이삼 킬로에 이삼십 만원 받은가 봐. 그런 일이 있고 나서 그 집 아들며느리가 죽어 부렀어. 왜 죽었는지는 모른디, 그런 것 잡아묵고 그라면 안 돼라.
 구랭이가 나타나면 좋은 일이 일어나기도 하고, 나쁜 일에 나오기도 해. 구랭이 나온다고 나쁘게 생각 안 해. 좋은 일에 나오기도 한께 잘 보내야지. 묵고 살 것 없다고 그런 것 잡아먹으면 흉 본단께. 요즘 사람들은 몸보신 한다고 비싸게 사 먹는다고 하던디, 요새 시상에 먹을 것도 많은디 어째 그런 것 잡아먹는지 몰것소 잉.
(조사자 : 다른 뱀도 말귀를 알아먹나요?)
 아니지, 구랭이만 그래. 큰 구랭이가 말귀를 알아듣는다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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