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천에서 미암 소재지까지가 한 사키로 정도 된디, 그 중간에 긴 고갯길이 오미재여. 지금은 오미령이라고도 부르고, 거그에 있는 약수터를 길암천이라고 불러.
옛날에는 그 고개를 넘어 다니는 미암 사람들하고, 해남 계곡 사람들은 지금 생각하면 애환과 전설이 서려있는 그런 추억의 길이기도 하제.
지금은 아스팔트 길이 아조 시원하게 뚫어졌는디, 육칠십년 때만 해도 길도 좁고, 양쪽에 숲이 울창하게 우거져 갖고, 대낮에도 하늘이 잘 안 보였어라. 그라고 귀신도 차꼬 나온다는 소문이 있어서 혼자 넘어 갈라면 겁나 부담스러운 고개였제.
그때는 다 걸어댕긴 시절이여서 독천장에서 소 팔고 오다가 소판 돈을 털린 사람도 많았고, 대낮에도 강도가 나타났다는 그런 소문도 자주 들었어라.
그라고 미암에서 독천으로 넘어가다 보면 북쪽 능선에 마한시대 산성이 지금도 남아있어라. 산 아래 길옆에는 아조 오래된 약수터가 있는디, 오미재을 넘어 댕긴 사람들에게 타는 목을 적셔주는 겁나게 고마운 약수터 였제.
옛날에 미암 지서장으로 근무하던 분이 그 약수터 우물을 깨끗하게 청소하고 정비했는디, 꿈에 약수터 우물이 보여 갖고 영전하는 일이 일어났어라.
그분이 유 지서장 이었는디, 그 후로도 오미재 약수터 꿈만 꾸면 승진하고, 또 영전하고 해서 치안정감까지 승승장구 했었어라.
그라고 약수터를 지나서 독천 쪽으로 고갯길을 막 넘어가면. 채지리 지종마을로 빠지는 샛길이 하나 있는디, 거그는 지금도 인적이 드물고 으스스한 길이여. 그 길 양쪽 산에 옛날부터 처녀 무덤이 있다고 소문이 난 곳이기도 하제.
그 고갯길을 밤에 넘어가든 사람들이 종종 처녀 귀신들을 만나갖고 까무러쳐 죽을 뻔 한사람들이 있었어. 하얀 소복을 한 서너 명의 처녀가 도란도란 얘기를 함시로 가다가 없어지고, 오다가 없어지고 하는 모습이 뚜렷이 보인다는 것이여.
그란디 전기가 들어오고 그 쪽에 식당도 들어서고 그래서 인자 처녀귀신도 어디로 다 가불고 없는가 귀신 봤다는 사람은 없드라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