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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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이야기 삼호읍

콧물 때문에 죽을 고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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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인공 때 열한 살 이었는디, 토벌대가 들어온께, 엄니가 동생하고 나하고 데리고 피난 가다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지나가는 청년에게 부탁하며 나를 데려가 달라고 했어라. 그래서 그 청년을 따라가다가 저기 삼호 터미널에 시암이 있었는데 거기 내려가서 물을 먹고 있는데. 그 청년이 빨리 오라고 그래. 그란디 묘하게 가기 싫더라고. 그래서 그냥 거기서 안 나오고 있었더니 청년이 급하게 가버렸어라. 나중에 보니 거그서 얼마 못 가고 범슬목 지나가다 죽어 있었어라.
 사람들이 막 도망가길래 따라 갔는데, 바위 아래 숨었어라. 용두리 바닷가에서 파진 디가 있어라. 음푹한 데 삼사십 명이 숨었어라. 앞은 이어라. 거그서 내가 코를 훌쩍거렸는데, 누런 콧물이 여기 가슴까지 내려와서 올라갔다 내려갔다 했어라. 지금 같으면 이라고 콧물을 끊어버릴 것인디, 그 때는 그라고 긴 콧물을 달고 훌쩍 거렸당께.
 그때 토벌대가 바로 가차이 왔는 모양인데, 옆에 있던 아저씨가 내 목을 손으로 움켜잡고“조용히 안하면 죽여 버린다. 우리까지 죽는다 말이어”라고 했어라. 진짜로 내 목을 쪼였어라. 그 때 바로 우에서 총소리가“탕탕탕탕”연속으로 들렸어라. 동시에 내 품안으로 탄피가 우수수 떨어지더랑께. 우리가 숨은 바우 우에서 기관총을 쏘았는지 탄피가 엄청 쏟아졌어라. 저쪽 저두 밭으로 도망가는 사람을 쏘았는데 사람들이 사방으로 흩어지고 을 파고 기어 들어가고 그랬어라. 거그서 얼마나 죽었는지는 모른디, 토벌대도 더 이상 쫓아가지 않았어라.
 우리는 그 밑에 숨었는데 다 살았고, 나도 콧물 때문에 죽을 고비를 넘겼어라. 총소리가 안 났으믄 콧물 땜세 죽었을 수도 있었는디, 어찌게 안 죽고 해가 졌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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