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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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이야기 삼호읍

제사단자 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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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육칠십 년 전 이야기여. 그 때는 마을에 대사가 있는 날이 최고였어. 혼인날이 온 마을 잔칫날이고, 사람 죽어도 분위기는 슬프지만 마찬가지로 잔치 분위기여. 음식이 많은께 그라제라.
 대사 때는 혼인단자나 부주단자 놀이가 있는디, 우리 어렸을 때는 가시나들이 지앙스런께 제사단자도 보냈어. 우리 친구 대여섯 명이 모여서 동네 제사가 있는 집에 갔어. 먼저 종이에다 우리가 먹고 싶은 것을 잔뜩 적었어.‘떡 열 개, 과일, 고기전, 부침개 많이 많이’라고 쓴 종이를 바가지에다 넣어서 갖다 줌시로“단자 왔소”하고 소리치며 도망 나와서 기다렸어. 보통 그런 장난을 하면 어르신들이 얼마간 음식을 담아줘. 다는 안 주제. 그냥 가시나들 장난에 맞춰주느라 그런 풍습이 있었어라.
 시시덕 거리고 지켜보고 있었더니, 그 집 할배가“네 이년들 저리 가”함시로 바가지를 땡겨 부렸어. 그랑께 우리 친구 중에 하나가“할배 너무하요, 금방 돌아가시쇼”하고 소리침시로 째부렀어. 그냥 철없은께 한 소리였제라.
 그런디 참 희한하게도 며칠 후에 그 할아버지가 참말로 돌아가 부렀어. 그 때 같이 제사 단자 놀이했던 가시네들이 모여서 큰 일 났다고 어찌나 겁먹었던지. 그 얘기를 했던 가시나는“옴매 큰 일 나부렀다. 그 할배가 나 잡아가면 어쩔까”하고 밥도 제대로 못 먹었어. 본시 장사 지낼 때는 진짜 부주 단자 놀이를 할 판이었는디, 그 일 땜시 겁이 나서 아무것도 못했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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