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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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이야기 삼호읍

물레야 돌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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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살던 서창 망산에는 목화밭이 천지였어라. 그걸로 솜 타서 이불하고 미영베 만들었은께 여자들은 모다 그 일을 했고, 나는 열두 살부터 목화 타는 것 도왔당께.
 구시월이 되면 밭에서 목화를 따와. 이른 아침 이슬에 따야 티가 안 들어가고 좋은께, 새벽부터 일하러 나가. 낮에 가면 까실 까실하니 징하게 안 좋아. 한 낮에 따면 티가 있어서 고를라면 더 힘들어. 그 놈을 까갖고 씨앗이에다 돌리면 씨는 씨대로, 목화는 목화대로 나와. 뻑뻑한 씨아로 하루 종일 씨앗을 앗아도 많이 안 돼. 씨를 뺀 목화를 방바닥에다 놓고 활실을 튕기면 솜이 구름처럼 올라와. 그라믄 식구대로 앉아서 몰대로 말아서 꼬치를 맹글어. 꼬치를 놔두고 물레에 끼우면 꼬치에서 실이 나와. 물레 가락 돌아 갈 때 하는 흥어리 타령도 있어라.

“물레야 물레야 아뱅뱅뱅 돌아라,
 이 베 날아서 가는 베는 우리 큰 딸 농지기 해놓고,
 일곱 센 두 번 걸이 뚝떡 베는
 우리 집 양반 중우적삼 해서 내년 여름 농사철 입힐라네.”

 이라고 물레질 했어. 하루 종일 해도 실댕이 열 개 만들기 힘들어. 베 한 필 짤라면 이런 실댕이 백 개 가차이 맨들어야 해. 북에다가 감아갖고 베틀로 짜지. 베 짜는 사람은 시한 내 베만 짜.
 베를 다 짜면 날마다 물을 적셔 볕에 말리고, 물감을 들인 다음 풀을 먹여 다듬질까지 해야 해. 미영베는 여러 가지가 있는디, 아홉 새가 제일 가늘고 비싸. 여덟 새는 더 두껍고, 일곱 새, 엿 새가 제일 통통해. 그 두께에 따라 여름 옷, 가실 옷, 겨울 옷을 맨들어 입고, 엿새 베에다 솜을 넣어 도톰한 누비옷을 맨들기도 했어. 옛날에는 미영베로 수건도 하고, 버선도 만들어 신었어라.
 옛날 여자들은 길삼을 오지게 했당께. 밤에는 홑이불로 문을 가리고 했어라. 일본 순사들이 베를 못 짜게 한께 몰래몰래 했어. 집집마다 모다 베를 맨글었는디, 서로 모른 척하고 맨글어서 팔았어. 다 손으로 일일이 바느질해서 옷 해 입었어. 시한 내 맨글면 섣달 그믐께 바느질이 끝나. 그라믄 구정 설 때 새 옷을 입을 수 있지.
 미영베를 가지고 있다가 들키면 일본 사람들이 뺏어가. 대고 뺏어간께, 미영베로 옷을 맨글어서 입고 가면 안 뺏어가. 미영베를 몸에 둘둘 말아갖고 가다 들키면 뺏어가. 그란께 옷을 맨글어 입고 가서 팔아. 장에 가면 사가는 사람이 있었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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