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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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이야기 영암읍

보은으로 생긴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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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마을 뒤 야산은 그리 높지도 않지만 다소 외진 지역으로 소나무와 잡나무 그라고 신우대가 많고 묘가 많은 산이었는디, 그 소유는 우리 마을에서 대대로 살아온 달몰 양반 산이었어. 그 산을 어찌게 샀는지 물어본께 깊은 내력이 있었드라고.
 그 달몰 양반이 어릴 적 어머니는 여섯 살에, 아버지는 열세 살 때 돌아기시고 밥이라도 얻어 먹을라고, 부자로 살고 있는 큰댁에서 소 이나 비어다 주고, 마당이나 쓸고 하는 머슴처럼 살았어. 그란디 그 큰어머니가 독하고 꼬곱해서 밥 먹을 시간에 쬐금만 늦으면 밥도 치워버리고, 먹을 것도 안 주고 했다는구만. 그런 날이면 할 수 없이 굶고 잤다는구만.
 어느 하루는 아무리 돌아 댕겨도 풀이 있는 데를 찾기가 어려워 이곳저곳을 댕기다 보니 그만 밥시간을 놓치고 말았어. 그날 저녁은 밥도 못 얻어먹고 어두운 구석에서 쪼구리고 앙거 있는디, 누가 가만히 부르더래.
 모르게 가본께, 사촌 형수가 어두운 정재서 시엄씨 모르게 누룽지를 끓여서“배 고플텐디 어서 먹으라”고 하드래. 그것이 얼마나 고맙던지, 달몰 양반은 각심을 했다는구만.“이담에 내가 크면 돈 많이 벌어서 기와집 짓고 부자로 살고, 그라고 고마운 형수 은공은 꼭 갚겠다”는 맘이 들더래.
 근데 원채 가난한 살림이라 형수한테 아무것도 못해 드렸는데, 그만 인공 때 그 형수가 돌아 가셔부렀어. 그 뒤로 늘 마음에 짐을 지고 살아가고 있었는디, 그 형수가 묻혀 있는 산이 다른 사람 손에 넘어간다는 소리를 듣고 빚을 내서 그 산을 사셨다고 하시더라고. 그 형수 묘가 남의 손에 안 넘어가게 말이여. 그 묘를 보호해 드릴라고 그랬제.
 그 후 달몰 양반도 돌아가시고, 그 산 위쪽에 묻히시고 달몰 댁도 묻혀 계시는디, 그 달몰 양반 아들이 객지에서 살다가 귀향해서 그 야산을 전원주택지로 개발하여 광주와 서울 등 다른 곳에 살던 사람들이 그 땅을 사서 집들을 지어 새로운 동네가 생겼어. 그래갖고 생긴 이름이 쌍정 산마루 마을이라.
 참으로 신기한 것은 그 산에 묘가 여럿 있었는디, 후손들이 스스로 다 이장해 가버렸단 말이여. 아마 달몰 양반이 형수에게 갚으려고 보은하는 덕이 두루 두루 전해진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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