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이라는 고을의 이름은 월출산 구정봉 아래에 있는 세 개의 동석에서 나온 거야. 그 바위들은 한 사람이 밀거나 열 사람이 밀거나 똑같이 흔들려서 사람들은 이 바위의 기운으로 대인이 나온다고 했어.
그래서 이를 시기한 중국인들이 월출산에 올라와서 그 바위들을 모두 절벽 아래로 밀어뜨려버렸어. 그런데 놀랍게도 그 중에 하나가 스스로 제 자리에 올라와 선 것을 보고 깜짝 놀라서 그 바위를 신령스러운 바위라 했어. 그리고 그게 우리 고을의 이름, 영암이 되었어.
실제로 지금도 구정봉 아래에는 동석이라고 글자가 새겨진 바위가 있는데 영암의 뿌리가 된 이 동석은 영암사람들의 혼이나 다름이 없지. 이 동석 때문에 영암군의 이름을 영석군 이라고 한 때도 있었어.
문제는 그 바위가 아무리 힘써서 밀어보아도 꼼짝도 하지 않는 다는 거야. 김정호의 대동여지도에도 월출산의 주봉을 구정봉이라 표기하고 동석을 함께 표기해 놓았는데 실물은 꿈쩍도 하지 않으니 지금의 동석은 이름만 동석인 거야. 그런데 놀라운 일이 생겼어. 월출산에 정말 진짜로 신령스러운 바위, 영암이 나타난 거야.
영암에서 태어나 월출산에 빠져서 월출산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서 정성을 다한 사람이 있었어. 그 사람의 꿈은 월출산을 금강산처럼 관광하는 산으로 만드는 것이었어. 어느 날 그 사람이 안개가 낀다는 일기예보를 듣고, 천황봉에 올라 촬영을 마치고 구정봉을 촬영하는데, 구정봉이 웅대한 사람의 얼굴로 카메라 앵글에 들어온 거야. 그 순간 소름이 끼쳤다는 거야. 삼십여 년 간 그 자리를 오가며 구정봉을 촬영했었는데 산봉우리가 사람 얼굴이었다는 상상도 못할 일이 눈앞에서 벌어진 거지.
그 사람은 친구들을 동원해서 그 크기를 쟀는데, 정수리에서 턱까지의 길이가 백일미터였어. 구정봉의 높이가 칠백 십일 미터인 것을 감안하면, 머리만 나와 있고 몸은 구정봉 바닥까지 뻗어있는 거야. 그러니까 구정봉이 월출산의 중심에 있는 것을 감안하면 월출산 전체가 사람의 기운으로 꽉 차 있는 거야.
영암이라는 지명을 낳게 한 구정봉 아래의 동석은 장차 나타날 진짜 영암을 알리기 위해서 나타난 거라고 생각해. 진짜 영암은 동석이 아닌 구정봉으로, 바위를 넘어선 산봉우리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