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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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이야기 영암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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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공 때 여그까지 빨갱이가 들어온 후 한 석 달 동안 빨갱이가 극성을 부렸어. 세상이 바뀐다한께, 여러 사람들이 빨치산에 가입했어. 알아서 하기도 하고, 친구 따라 가기도 하고, 억지로 끌려가기도 했어. 뭣을 알아서 했다기보다는 그 세상에는 그냥 얼세덜세 휘말린 경우가 많았어. 영암은 산이 깊어서 빨치산이 가까이 있어서 더 심했어. 밤에는 빨치산이 내려왔고, 낮에는 토벌대가 와서 주민들을 못 살게 했어. 하도 힘든께, 낮에는 산에 들어가 숨어 있다가 밤에 내려와서 집에서 자고 가고 그랬어.
 그 해 가을에는 토벌대들이 대대적인 빨치산 소탕을 함시로 무단없는 사람까지 다 죽였어. 마을 사람 중에 누구 한 사람이 빨치산에 가담했다고 하면 그 가족이나 친척까지 다 죽여 부렀어. 여기 장암에는 남평 문씨들이 많이 살았는디, 그 사람들도 괜히 잡혀가서 죽었어. 여그 냇가에 데려가서 총으로 싸서 죽여 버렸어. 일가 중에 빨치산으로 가담한 사람이 있다고 그랬어.
 그해 겨울에는 장암에 있는 아짐이 총살 당했는디, 아들이 빨치산을 따라갔다고 해서 데려다 저기 숲속에서 그냥 쏴 죽여 부렀어. 토벌대 두어 명이 그랬다고 했은께, 그 당시는 그냥 토벌대 마음대로 판단해서, 누군가 집안 식구가 산에 들어갔다는 소리만 있으면 그냥 죽여 버린 시절이었어. 몽매한 아들이 산에 끌려간 것도 억울한디, 또 그랬다고 이쪽에서 엄니를 죽인 것도 말이 안 되는 시상이제.
 그 당시 영암읍내에는 여그 저그서 끌려온 수백 명의 사람들이 천막을 치고 살았는디, 청년들이 지키고 토벌대들이 계속 조사해. 누구 집안에 빨치산하고 관계된 사람이 있다는 말이 들리면 토벌대가 서로 데려가. 보통 불려 가면 다시 안 돌아와. 취조하다 그냥 그 자리서 죽여 부러. 누가 이 사람이 관계있다 하면, 사실이든 아니든 죽어나갔어. 그런 시상을 살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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