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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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이야기 미암면

고기 삶은 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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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에는 먹을 것도 부족했던 시절이라 맨날 풀만 먹었지라. 고기 꼴 보기가 하늘에 별따기 였어라. 어쩌다 마을에 부잣집에서 대사 치를 때 고기를 삶아 낸 국물 천신할라고 동네 아줌마들이 커다란 바가지나, 양은냄비 갖다가 쭉 한줄 로 늘어나요.
 커다란 소 죽 솥을 깨깟이 씻어서 거기다 한나 삼는거여. 요즘같이 푹 끓여낸 곰국이 아니고 그냥 고기 덩어리를 익을 때까지 한 번 삶아낸 국물이어라. 거그에 기름이 둥둥 떠 있어라. 돼지고기나 소고기 기름이지라. 그 물을 수대로 퍼 가는 거여. 그것도 줄을 서야 해라.
 고기를 삶아서 건져내면 차례로 국물을 배급해. 그것도 서로 더 가져갈라고 난리여. 그 지름도 귀한께 하나씩 퍼서 이고 가는거여. 집에서 시래기 국 끓여먹을라고 가져가지라.
 그때는 보리 갈아서 죽 써먹던 시절이라 보리도 없어서 쑥죽을 밀가게 써먹고 그랬어라. 하도 밀가니 했더니 아부지가 이것도 죽이냐고 마당에다 어크러 버렸더니 밤에 달 그림자가 섰다 했어라. 하다 밀간께 거울같이 달이 비쳤다는 얘기야. 그런 시절에 고기 지름끼 있는 국물로 만든 국은 천신하기 힘들게 먹어 치웠제. 그라고 맛나라.
 돼지 잡을 때 비개 나온 것도 서로 가져갈라고 난리여. 요즘은 다 버리는 지름을 잘게잘게 잘라서 한 덩어리 나눠줘. 그라믄 그것 같다가 문대서 전을 지지고 그랬어라. 솥뚜껑을 뒤집어 걸어놓고 불을 떼면 뜨거워진디, 거그다 돼지지름 덩어리 문대면 지름이 지글지글 나와. 그걸로 전을 지져먹으면 맛있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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