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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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이야기 영암읍

두령봉 호랑이산


본문

  우리 동네 뒤 산은 호랑이를 닮았는데 그 얘기가 재미있소.
 영락없이 호랑이랑께. 앉아 있는 호랑이 형상인데, 개신리 개 형국을 쳐다보고 있어요. 산 뒤에는 마르지 않는 우물이 있어서 옛날에 마을 사람들이 그곳에서 물을 질러다 먹기도 했지. 그 호랑이는 월출산 호랑이 두목으로 커다란 수컷 호랑이야. 이 호랑이 때문에 개신리 쪽 개가 이쪽 주변으로 못 오는 것이어. 백운정에 쥐 명당이 있는데 이곳의 호랑이 때문에 개가 오지 못해 백운정 명당이 유지되고 있다고 알려져 있어요.
 산 이름은 없고 그 산봉우리를 주지봉이라고도 하고, 두령봉이라고도 불러. 그런데 무슨 연유로 하늘이 노해서 번갯불을 내리치는 통에 호랑이 불알이 떨어져 나가 부렀는디, 그 이후로 동네에 남자가 줄어들고 동네가 점점 쇠락하게 되었다고 해요.
 이 마을에는 노씨들이 처음 들어와서 살기 시작했는데, 저 멀리 삼세골재에서 계란 봇짐을 등에 메고 오다가 보니 무지개가 탑동마을 자리에 서 있는 것을 보고 이곳에 터를 잡았었나 봐. 그런디 호랑이 불알이 벼락에 떨어져 나간 뒤로는 노씨들이 호랑이 음기운을 못 이기고 나가버렸지. 그 뒤에 타성들이 와서 살기 시작했는디, 이들은 떨어져나간 불알이 메꿔지면 동네가 다시 번창할 것이라 믿고 있었어요.
 그란디 아무리 기다려도 왕년의 태평성대 시절이 돌아오지 않자 동네사람들이 여러 모양의 탑을 만들어 숫호랑이 기운을 달래기로 했지. 동네 사람들이 힘을 모아 도팍을 주워 모아서 탑을 쌓기 시작했는디, 그 수가 숲을 이루었다고 해. 옛날에는 중장비도 없이 손으로 쌓았응께, 얼마 크지는 않았겠지만 숫자는 엄청 많았다고 들었어.
(조사자 : 어떻게 생긴 탑이었나요?)
 그냥 자연석을 쌓아올린 단순한 것도 있고, 작은 도팍들을 쌓아올린 돌무지도 있었고, 우리 집 대밭에는 삼층석탑도 있었당께. 그 건너편에 작은 절이 있었던 모양이야. 옛날에 그곳을 정리하다 보면 기와들이 옴싹하니 묻혀 있었는디, 마치 집이 그대로 주저앉은 모양이더라구. 그리고 그 꼬랑창에서 불상 하나가 발견됐는디 사천왕상이었어. 내가 알기로는 광주 어딘가에서 가져갔다가 다시 돌려줬다고 하던디 상세한 내막은 잘 모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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