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참말로 겪은 일이어. 드라마 보듯이 선명하게 기억난당께.
우리 아저씨가 배를 탔는데 먼 데 나다니면서 몇 달씩 나가 있는께, 근심이 한도 끝도 없었지라. 아저씨가 몸 성히 돌아오기만을 기다린께, 스님이 공을 드리라고 하대요.
“매년 정월 보름 전날 밤 열두 시에 마을 시암에서 물을 떠다 공을 드려야한다”고 해서 해년마다 했어. 공 드리라고 손을 깔깔히 씻고, 창호지로 차대기를 만들어서, 아저씨 나이만큼 쌀알을 세어서 세 개로 나눠담아서 샘에 빠치고, 공을 드리고 인사하고, 샘물을 세 바가지 떠다가 그릇에 놔두고, 보름날 아침에 밥을 해서 윗목에 국하고 정안수하고 상에 올렸지. 큰 상은 선영에다 올리고, 지앙신에다는 조그만 상에 올리고 향불도 피고 그랬어.
여그 시암은 바위에서 물이 나온께 무지하게 맑아라우. 깊이가 그리 깊지 않아서 바로 타래박 내려서 뜨고 그래라. 물이 거울같이 맑아서 물 뜨러 가면 달이 훤하게 비쳐. 한밤중에 가면 무섬증이 들어도 달이 비친께, 그렇게 좋아. 매년 정월보름에 가서 그 일을 수년 했어라.
그런디 어느 해인가 한 오년 째쯤 되는 보름에 시암에 가는디, 어디서 비오는 것처럼 어글어글하는 소리가 나고, 뇌성이 치고 사방이 시끌시끌하더라고. 무서워서 둘러봤더니 요 앞 사장나무는 멀쩡해. 하늘도 멀쩡하고 그란디, 소리만 바글바글 해. 집에서 나올 때도 아무렇지 않았는디, 요 앞에서만 소리가 요란해.
시암을 봤더니 샘 가세가 척척하니 달이 보이지도 않더니만 갑자기 물이 보글보글 넘쳐. 평소 시암 높이가 한 발 이상 들어갔는디, 그날 밤은 샘 우로 물이 끓어 넘쳤어. 희한하다 생각하고 물 세 바가지를 떠와갖고 아침에 보니 더러워진 물이 가라 앉아서 밑에 흙이 많이 있더라고. 본래 우리 마을 시암이 바위틈에서 물이 나와서 깨끗해, 그래서 흙이 안 가라앉아. 그런데 그날은 물이 뒤집어져서 그렇게 더러워진 것이어. 그날도 그물로 밥하고 국하고 해서 공들였어.
스님한테 그 말을 한께“물이 뒤집어진 것은 용한 것이고, 그 물로 치성을 들였으니 집안이 잘 되고 아저씨도 어디를 가든지 사고 안 나고 공 받을 것”이라 했어. 그런데 참말로 우리 아저씨가 배타는 동안 아무 사고가 안 났어라. 아저씨가 배 내린 뒤로 여그저그서 배 사고가 들립니다. 빌어서 그런지 사남매가 다 잘 살고 우리도 이때까지 행복하게 살아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