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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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이야기 군서면

닭과 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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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암하고 오산은 신작로를 사이에 두고 마주 보고 있는 마을 아닌가. 근디 주암에는 닭바우가 있고 오산에는 지네바우가 있어요. 오산에 있었던 지네바우만 땅에 묻어부렀다고 하든만. 그랑께 지금은 안 보여. 지네바우를 지키는 칼바우 몇 개만 있다네. 지네하고 닭은 서로 상극이 아닌가. 달구새끼는 지네만 보먼 환장하고 달려가 쪼아서 묵어불고 지네는 닭 빽다구만 보면 어디서 나타났는지 밤에는 겁나게 많이 몰려와 닭빽다구뽈아 묵어불지.
 근디 겁나 옛날에 오산에 있는 지네들이 달구새끼들이 자신들이 사는 곳까지 찾아와 자기들을 잡어 묵어붕께, 한밤중에 주암으로 몰려가, 자고 있는 달구새끼들을 물어서, 마구 물어 독을 쏘아 죽여부렀다네.
 그랑께 성질이 난 주암의 달구새끼들이 다음날 낮에 오산으로 쳐들어가 숨어있는 지네들을 있는 대로 잡어 묵어부렀어. 이런 사건들이 해마다 반복되었다고. 그렇게 세월이 흘러갔고 주암에는 닭바우가 생기고, 오산에는 지네바우와 그 바우를 지키는 칼바우가 생겨났다고 하더만. 그런디 혹시나 언제 달구새끼들이 몰려올까 걱정이 되아서 지네바우를 땅에 묻어 불고 칼바우만 앞에다 내세웠다고 말은 그러지. 허지만 진짜 있었는진 모르것서.
 마주 보는 마을이 있으면 서로 관계가 될 수밖에. 이것이 자기 마을을 지키기 위한 방편이라고 생각허믄 맞을 것이네. 말로는 오산 사람들이, 주암 사람들이 잠 든 오밤중에 닭바우 벼슬을 망치로 쪼사부러서 지금 있는 닭바우 벼슬이 없다고 말은 전해오지만 어디 그랬것는가. 세월에 저절로 떨어져 나갔든지 원래 없었든지 했것지.
 허지만 지금은 그런 것도 다 소용이 없제. 예전에는 보름이 되면 불 싸움도 하믄서 자기 마을의 우의를 확인하는 힘겨루기를 서로 하곤 했지만 그것은 다 농사를 지면서 동네 안에서 누구 집 숫꾸락이 몇 갠지 알 때 시절이지. 지금은 자석들이 다 외지에 둥지를 튼 시절이 아닌가. 이런 이야기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옛날부터 두 마을이 얼마나 가깝게 지냈것능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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