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이 동네에 박영감이라는 사람이 살았는디, 어느 여름날 낮에 일을 하도 힘들게 하고 잠이 들었어라. 그란디 이 양반이 잠만 자면 옷을 다 벗고 자불어. 그래서 그날도 옷을 다 벗고 자는디, 갑자기‘불이야, 불’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이여. 그래서 정신이 번쩍 들어갖고 일어나 본께는 마을 사람들이‘불이야’하는 거여. 그래서 마을 사람들의 고함 소리에 소스라치게 놀란 박영감은 엉겁결에 자기 아내 고쟁이를 입고 뛰쳐나왔어라.
벌써 이웃 사람들은 손에, 손에 물동이를 들고, 앞 냇가에서 박영감 집까지 늘어서서 물을 나르고 있었어. 본께, 자기 집에 불이 붙어가지고 있는 것이여. 그래서 박영감은 자기도 그 물동이를 마지막으로 받아서 지붕에 뿌리렸어라우.
그렇게 한참을 물을 뿌린께, 불이 어느 정도 잡힌 거지라. 그래서 사람들이 인자 천천히 집 쪽을 본께, 박영감의 옷이 이상해. 그래서 본께, 아내의 고쟁이를 입고 있는 것이여. 근디 가랑이가 터진 여자의 고쟁이라“아이고 내 집”하고 물동이를 들라고 앉으면 찢어진 고쟁이 사이로 박영감의 밑천이 드러나고, 물을 부슬라고 일어서면 가려지고, 또 물을 받을라고“아이고 내 집”함시로 앉으면 또 밑천이 덜렁 나오고 했당께.
근디 하필이면 박영감 옆에서 물을 건네주는 사람이 아기를 업고 있던 이웃집 젊은 새댁이였어라. 그랑께 그때 당시는 어른들 눈치 보느라 말도 못하고 있던 그 새댁이 나이가 들고 또 박영감도 돌아가시니까 그 이야기를 하는 것이여.
박영감 바로 옆에서 물을 건네주던 이웃집 젊은 새댁이 얼마나 웃겼으면 낸중에 그 이야기를 해서 백년이 지난 지금까지 두고두고 마을의 웃음거리로 전해지고 있당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