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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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이야기 영암읍

사는 곳이 두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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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사십구 년생으로 태어 난지 돌도 지나지 않아서 육이오가 일어났어라. 우리 동네는 월비마을이었는디, 경찰가족과 군인 가족이 많이 사는 곳이고, 그 옆 쌍정마을과 사자마을은 농사만을 짓고 사는 가난하고 살기 힘든 마을이었어라.
 인민군이 점령하고 우리 월비사람들에게는 비참한 시절이었어. 평소 감정이 안 좋던 우리 마을 사람들이 경찰가족과 공무원가족 그리고 군인가족들을 괴롭히고 잡아가고 죽이고 그랬어. 그라고 못 살 것는께, 우리 엄니도 군서 쪽으로 피신하기 위해 나를 업고 마흔데미라는 고개를 넘는디, 걱서 지키던 사람이“어디 가냐”고 막더래. 그래서 순간 죽었구나 생각에 벌벌 떨고 있으니까, 등에 있던 아그가 울더래. 그러니까 그 사람이“어디서 왔냐고”하길래, 월비라고 안 하고“쌍정리에서 왔다”고 했더니,“애기 젖이나 주라고”하더래.
 그래서 옆에 앙겄는디, 뭐가 뭉클해서 자세히 본께, 우리 마을에 살았던 황천댁 시신이 있는디, 거그 가마니 위에 앉으려고 했더라고라. 그 순간“나도 월비에서 왔다고 하면 죽었겠구나”생각하니 아찔하더라고 합디다.
 그 후 우리 엄니는 군서에서 얼마나 살다가 군인과 경찰이 진격했다는 말에 다시 월비 집으로 가기 위해 또 마흔데미 고개를 넘는디, 이번에는 경찰들이 막아서더니“어디 가냐”고 묻더래. 그래서“집에 간다”고 한께,“집이 어디냐”고 하기에, 이번에는 진짜로“월비마을 가요”라고 했더니“바래다 주겠다”고 하드래. 그래서 막 지나 가는디, 옆 소나무 숲에서 총소리가 나서 쳐다본께 쌍정리에 살던 산정양반이 묶여 있드라 합디다.
‘아 나도 쌍정마을 간다고 했으면 저렇게 되었구나 생각이 들더라’고 하시더군. 그런 일을 겪은 모친은 지금도“까닥 잘못했으면 너도나도 이 세상 사람이 아닐 뻔한 세상을 살았어야”하셨어, 그람시로“사는 곳이 두 곳이니까 정신 똑 바로 차려라”고 합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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