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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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이야기 영암읍

백토굴 곡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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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마을 저그 가면 으슥진 곳에 백토굴이라는 골짜기가 있는디, 늦가을 그곳을 지나가면 멀리서부터 바람결에 소리가 들리는디 그것이 어떤 소리냐면, 처녀 총각이 흐느끼는 곡소리가 구슬프게 들린당께요. 정말 서글프고 또 섬뜩하게 들리지라.
 옛날 어른들이 전하는 이야기로는 이 마을 웃데미에 사는 총각과 아랫데미에 사는 처녀가 서로 사모하고 지냈는디, 어느 날 지나가다가 서로를 보고 한눈에 반해 버렸지라. 옛날에는 남녀의 구별이 엄할 때라 드러내고 사랑하지 못하고 속으로만 서로 남몰래 흠모만 하다가 그만 상사병에 걸려 죽었다고 합디다.
 얼매나 서로 사랑했으면 밥도 제대로 못 먹고, 잠도 못 자고 그렇게 서로를 생각하다가 죽은 거지라, 그런디 그 총각이 친한 친구에게 이 사실을 털어 놓고 얘기를 한 거지라. 그래서 이 친구가, 친구가 죽었다는 말을 듣고 너무 맴이 아파서 그 사실을 마을 사람들에게 알린 거지라.
 그래서 마을 사람들이 이 처녀 총각이 죽은 후에 마을 사람들이 서로를 볼 수 있도록 총각은 백토굴 냇가 너머의 언덕에 묻고, 처녀는 백토굴 밭길에 묻었는디, 그 뒤로부터 늦가을 초저녁이면 처녀 총각의 곡소리가 멀리서부터 가냘프게 들려온다고 합디다.
 그런께 죽은 후에 서로를 향한 그리움과 만나고 싶은 간절함으로 그렇게 그리워 하믄서 간절하게 곡을 하는 거지라. 그런디 모르겠어라, 왜 마을 사람들이 그토록 간절한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도 냇가를 사이에 두고 묻었는지.
 만약에 둘을 한 곳에 묻어주고 만나게 해주었다면 죽어서도 그렇게 서로를 찾지 않고 울음소리도 들리지 않았을 것인디 말이지라. 그래서 마을 사람들은 늦가을 초저녁에는 백토굴 근처에는 가지 않지라, 무서운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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