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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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이야기 삼호읍

칠삭둥이와 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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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날에 사람 목숨을 귀신같이 아는 신동이 있었어요. 칠삭둥이였는데 손이 귀한 집안 출신으로 일곱 달 만에 나왔는디, 태어날 때 하도 째금해서 무슨 짐승새끼 같은 핏덩이었는디, 귀한 집 자손이라 살릴라고 미영에 싸서 키웠어. 옛날에 칠삭둥이는 짜잔 하거나, 아예 영리하다 했는디, 이 애는 신동이었어라.
 솜에 싸서 어미젖에다 물려놓고 하루 종일 빨다 자고, 빨다 자고 하는 통에 어미가 녹아나서 얼마 못 가고, 삐쩍 말라 죽고, 애기는 이상 통통하게 자라서 다섯 살 적에는 천자문을 읽었다 해요.
 다리가 약해서 걷기를 싫어했는데, 어린 것이 세상 물정을 알아서 집에 반가운 손님이 오는지 도둑이 오는지 다 알았다 해요. 사람 얼굴을 빤히 쳐다보고 허이허이 저으면 틀림없이 곧 죽어 자빠지고 그랬어.
 어느 가을에 추수가 막 끝난 참이었는디, 한 번은 마을 사람들에게 곡석을 모두 항아리에 담아두라 했어. 평소 칠삭둥이가 특별한 재주가 있다는 것을 믿은 마을 사람들이 시키는 대로 했어. 얼마 안 돼서 메뚜기 떼가 마을을 덮쳐 곡석을 다 먹어버렸는디, 그 마을 사람들만 용케 곡석을 건졌다 해요. 다른 동네 사람들은 메뚜기가 곡석을 싹 다 먹어버려 갖고 배고파 죽은 사람이 넘쳐 났는디, 그 마을 사람만 곡석을 지켰지라.
 그 고을에 욕심 많은 원님이 있었는디, 칠삭둥이에 대한 소문을 듣고, 자기가 높은 벼슬을 오를 수 있는지 물어 봤는디,“재물보다 벼슬이 중요하고, 벼슬보다 목숨이 중요하다”고 했어. 아리송한 말에 그 뜻을 물어보니“쌓아둔 재물을 풀어서 백성을 구하라”고 했어. 화가 난 원님이 칠삭둥이를 옥에 가두어 버렸는디, 그날 밤 배고픔을 참지 못한 백성들이 관아에 쳐들어와 곡석을 훔쳐가 버렸어.
 원님은 칠삭둥이가 주동자라 해서 빈 곳간에 가두어 놓고 가득 쌀을 채우라 했어. 칠 일이 지나 문을 열어보니 칠삭둥이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키만 하나 남아 있더래. 구석구석을 살피던 이방이 키를 갖고 나와서 키질을 하니“칠삭둥~이 칠삭~둥이”하는 소리가 남시로 쌀이 나오는 것이여.
 원님이 그걸 빼앗아 부자가 되려고 매일 키질을 하니“칠삭~둥이 칠삭둥~이”하면서 쌀이 계속 나오는 것이어. 원님이 이게 웬 떡이냐 생각하고 키를 보물처럼 감춰뒀어. 그란디“원님이 칠삭둥이 키를 감추고 혼자 배불리 먹고 사네”하는 소문이 금방 퍼져서, 그 소리를 들은 산적들이 키를 뺏기 위해 원님을 죽이고 가져가 버렸어.
 그란디 산적들이 가져가서 키질을 해대니 며칠 후부터 쌀이 더 이상 안 나오는 것이어. 그것이 원래 곳간에 있던 쌀 만큼만 나오고 더 이상 안 나온 것인디, 괜히 원님만 욕심이 많아 결과적으로 죽은 것이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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