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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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이야기 삼호읍

대두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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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정 때는 참말로 어렸웠어라. 세 끼 밥은커녕 한 끼 보리밥도 힘들었당께. 아침에는 들보리 갈아서 쑥 썰어 넣고 물 많이 붓고 죽 써서 먹었는디, 거울에 비칠 정도로 밀간 죽을 써서 묵었당께라. 보리 가루에 쑥을 찧으면 더 찰져. 낮에는 밥 대신 고구마 한 두 개먹고 나무 하러가. 저녁에는 그래도 누가 볼까 무서워 평상 그런 거 좁쌀, 보리쌀 넣지.
 그때는 고기도 못 잡고, 망둥이 하나 잡으면 크게 유세하고 그랬지, 소라나 낙지 같은 것은 구경도 못 했어. 바닷가에 가면 바위에 백화 붙은 것 까먹고, 파란이 긴 해초 같은 것 뜯어다 데쳐서 먹었지. 비틀이 잔뜩 빨아먹고 입술이 찢어지고 그랬던 기억은 나구만.
 일본 사람들이 가끔 대두 찌꺼기 나눠주면 서로 타 갈라고 환장했어. 콩으로 기름 찐 찌개미를 눌러갖고 단단한 것을 배급해 줬어. 참기름 짜고 난 깻묵 알아요? 꼭 그것 하고 비슷해. 한 달에 몇 번씩 부락에서 이장 반장이 쪼간씩 나눠줘.
 물 끊이다가 대두밥을 넣어서 휘이휘이 저으며 푹푹 끓여서 먹었어. 보릿가루하고 쑥 넣어서 소금간 해서 먹지. 그것이 이상 맛있었어. 배고픈 시절이라 뭔들 안 맛있겠어. 배 채우면 그것이 행복이지 요즘처럼 맛 찾고 영양 찾고 그런 것 없어라.
 반찬? 그런 것이 어딨어. 응 있기는 했구만. 짜디짠 깡다리젓 띠어 먹고 살았지. 무슨 고춧가루고 뭐고 아무 것도 없는 젓갈을 쬐끔씩 띠어 먹었어. 그라고 김치라고는 아무 양념 없는 물김치가 전부였지. 고춧가루는 없어서 못 넣고, 풀 써서 소금 넣어 절인 허건 김치나 물기 자박한 열무김치를 뚝배기에 퍼다가 그런 걸로 한 끼 먹제. 요즘 같은 반찬 없었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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