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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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이야기 삼호읍

수염이 살린 목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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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공 때 여그 삼호에서도 죄 없는 민간인들이 많이 죽었는디, 그런 야그워쩌코롬 하것소. 오매~ 무섭당께라우.
 전쟁 일어나고 얼마 안 가서 그해 가을에 여그로 군인들이 들어왔어라우. 여그 사람들이 놀래서 저기 도망 갔는디, 저기 산 어덕바우가 있는디, 그 꿀바우로 들어갔어라. 한 오육십 명이 들어가 있었어라. 거가 이라고 구멍이 있는데 앞으로 쭉 굴이 있어서 그리 들어가면 밖에서 안 보인당께. 꿀댕이가 붙어있어서 꿀바우라고 그랬어라. 바닷물이 들면 모가지만 나오고 다 잠겨버려라.
 물이 찰랑찰랑 드나든께 군인들이 몰랐는디, 어떤 영감이 까치목 잔등을 넘어가는 걸 봐 갖고 쫓아 갔는디, 어디로 사라져 버렸어라. 여그저그 찾다가 쬐그만 구멍이 있은께, 혹시나 해서“안 나오면 총으로 다 쏴 버릴테니, 얼른 나와라”그랬어. 혼자만 나오믄 쓸 것을 괜히 겁 먹은 사람들이 우하니 나왔지. 쬐그만 구멍에서 수십 명이 나온께 군인도 놀랐지. 그 영감이 아니면 몰랐을 텐디, 다 잽해갖고 두대봉으로 몰고 갔어라.
 거그에 대촌 일대 사람들까지 여럿이 죽었는디, 그 이유가 참말로 말도 안 된당께. 수염이 긴 사람은 살리고 짧은 사람은 죽였은께. 수염 없는 것이 뭔 죄것소 잉~.
 여그 대촌, 중촌, 중앙촌 일대에서 잡힌 사람들이 모다 포박되어 여그 두대봉으로 끌고 왔서라우. 늙은 사람이나 젊은 사람이나 모두 데꼬 갔는디, 거그서 사람을 추려서 내려 보냈어. 사람들을 쪼르르 앉혀놓고 한 사람씩 검문함시로 수염이 긴 사람은 저쪽으로 가라고 하고, 짧은 사람은 이쪽으로 가라고 추리고 나서 긴 사람은 내려 보냈는디, 수염 짧은 남자들은 그 자리에서 총으로 쏴 죽여 부렀어라. 날이 어둔께 그냥 서둘러 죽여 분 것 같아라. 아이고 몰것소.
 못 봤제. 총소리만 들었제. 남은 사람들 많았다고 해. 나중에 거기 가본 사람들 말로는 총 맞아 죽은 사람, 칼로 찢어 죽은 사람들, 얼굴도 알아보기 힘든 사람들도 있었다 해. 재명이 하고 호연네 아버지가 있었는디, 욱 하고 사람이 쓰러진께, 같이 엎어져서 둥글어 가서 살았지. 총 쏠 때 같이 둥글어 버렸어. 들리는 말로는 저수지까지 들어가서 거머리가 엄청나게 붙어부러서 거머리를 떼느라 사흘이 걸렸다 했어라.
 해가 져서 캄캄한께 서둘러 죽여불고, 골라서 총부리로 건들어서 살아 있으믄 또 죽이고 그랬는디, 천신 만고로 산 사람도 있어라. 저기 대촌에서는 살아난 양반이 있었는디, 동생들이 여럿 죽었어라. 대학 다닌 동생도 죽었다 하드만. 그 동네가 되어 버렸어. 중촌 사람이 젤 많이 죽었고 여그 산호정은 하나도 안 죽었어라. 여자들하고 애기들은 안 죽였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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