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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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이야기 금정면

대나무 숲 막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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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나주에서 일로 시집왔서라우. 스물셋에 와 본께, 아저씨가 열아홉이고, 집에 시아부지, 시엄니, 큰 할배, 큰 할매 그렇게 살았는디, 이 동네가 인공 때 다 타 불고 집 세 채 있습디다. 그란디 먹고 살랑께, 고생 무지하게 했서라우. 아이고, 그런 얘기하기 싫소.
(조사자 : 부자로 사셨으면 신랑이 잘 해주시던가요?)
 맨날 따라 댕김시로 혹여나 어디로 가불까 마니 여기도 따라오고, 멀리서 지켜보기도 하고 그랍디다. 이삔 옷 입으면 또 그라고 뭐시라 합디다. 내가 아저씨보다 나이가 더 먹어서 그랬나 본디, 그래도 잘 해 줬서라우. 그라고 잘 한께 아들 에 딸 넷 낳아갖고, 다 광주로 공부시키고 안 했소.
 애기들을 그라고 낳았어도 내 천신 없었어라우. 우리 큰 할배, 할매, 시아버지랑 얼매나 보던지 편하게 지냈어라. 아따, 그란디 그놈에 술 땜시 시아버지도 일찍 돌아가시고, 아저씨도 일찍 가부렀서라우.
(조사자 : 무슨 술을 드셨어요? 술값이 꽤 나갔겠네요?)
 아이구 내가 맨날 탁백이 만들었지라. 너댓세 만에 술을 만드느라 평생을 보냈제. 옛날에는 탁백이 만들다 세무서 사람에게 들키면 돈 많이 물었어라. 그 사람들이 요렇게 생긴 불을 갖고 다니면서 다 찾아 갔는디, 잘 찾아라우. 그런디 대나무밭에는 안 온께, 거그다 항아리를 묻어놓고 숨겨 놓았제. 거기는 못 찾습디다. 돈을 엄청 물린디, 거 뭐시오, 도갯집 사람들이 장사 안 된께, 세무서 사람들하고 짜고, 그라고 마을을 뒤지고 다녔지라. 걸핏하면 쫓아온다고 항께, 무서워서 함부로 탁백이도 못 해 먹었당께라. 옆 동네에서는 세무서 사람한테 걸린께, 술독을 이고 가서 냇갈에다 파싹 깨버렸다 합디다. 물에 떠날라 가면 증거가 없응께, 갖다 버려분 것이제.
 그 사람들도 대나무 숲에는 들어가기 힘든께 안 들어갔어라. 그라고 대나무 숲에서 술을 담그면 발효가 잘 된다고 합디다. 아마 온도가 틋틋하니 그랬나 봅디다.
 보리쌀하고 쌀을 담가서 꼬실꼬실하게 시루에 쪄서 누룩을 섞는디, 하도 힘든께, 에게 탁백이 한 병 준다고 하면 잘 뽀사 줍디다. 누룩이 단단 했서라. 그거랑 섞어서 대샆 항아리에다 넣고, 또 무건께 물을 떠다 부서라. 그라고 대바구니를 찔러놓고, 뚜껑을 덮어 놓으면 술 익는 냄새가 그라고 고소 했서라. 나는 술을 못 먹어요. 평상 해 주기만 했제 먹어본 적이 없어라.
 그때는 하도 이 많은께, 탁백이도 금방금방 없어집디다. 식전부터 마셔, 밥 먹을 때도 먹고, 일할 때도 먹고, 시도 때도 없이 마신께, 맹글어 바치기가 바빴제. 아저씨가 서당을 했는데 그 사람들하고 몰래 떠다 먹기도 하고. 어짤 때 가보면 말간 국물이 없고 탁한 것이 있어. 나중에 본께 그 양반들이 몰래 떠다 먹었는 갑디다.
 그래도 탁백이는 몸에 좋다고들 하는디, 왜 소주가 나오고는 시아버지가 거 시꺼먼 항아리에 든 소주를 사와서 그 독한 소주를 마셔대니 몸이 배겨 나것소. 그 소주독이 좀 크요.
(조사자 : 소주 대병 말씀하세요?)
 아니, 두 되짜리 말고, 큰 것 이따마한 것, 왜 항아리로 맹근 것, 주동이가 요렇게 좁아가지고 헝겊으로 감은 나무뚜껑을 박아 막았잖아. 말짜리도 있고, 더 큰 것도 있었는디, 위에 손잡이가 달려있고 그랬어. 그거 다 먹으면 죽어요 죽어.
 우리 큰 할배는 일을 그라고 많이 했는디, 일절 술을 안 마신께 오래 살아지라우. 여든셋에 돌아가시고. 시아버지는 술 잘 드셔서 예순셋에 돌아 가셨는디, 우리 아저씨는 환갑도 못 지냈는께 술 때문 아니것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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