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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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이야기 신북면

두레로 논물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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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마을 부근은 전부 천수답이어. 비가 와야 모를 심지. 가뭄 때는 영락없이 굶어죽을 판이어. 그래서 논 한쪽 가상에다 둠벙을 파서 물을 모아. 바닥을 깔짝거려야 물이 나와. 모래를 쳐야 물이 나온께 삽으로 쳐 놓으면 물이 괴여. 아침에 가면 물이 마니 차갖고 있어.
 모타가 없은께, 두레로 퍼 올려. 이라고 네모로 생긴 물바가지를 양쪽에서 잡고 물을 퍼. 푸면서 소리 해.
“하~나면 둘이요. 둘~이면 셋이로구나 어여 ~ 흥 일곱, 어 여덟, ~ 아 이오가 넘어 갔네”이런식으로 숫자를 시면서 소리를 해. 보통 천 두레까지 세고 쉬어.
“천 고래가 넘어 갔으니 좀 쉬었다 하세~”하고 쉬어. 넘의 일 가면 천 두레하고 새참 먹어. 한 십 분정도 쉬었다가 다시 푼디, 물이 적어버리면 못 푸니까 물이 고여야 해.
 수 시는 소리는 그때그때 달라. 보통“하나요, 둘이요, 셋이요 . . . 열이로구나”하고, 열이 한 고래여. 십팔 할때는“이구 십팔아”하고, 다른 사람은 중간 중간에“허엉, 허엉”하고 소리를 받쳐줘. 그랑께“서른하나세 허엉~, 서른둘이세 허헝~”숫자는 오십이면“반백이 걸렸네 허헝~”하고, 백이면“일백 올랐네 허엉~”하고, 이백이면“이백구리세 허엉~”삼백삼십이면“삼백삼십 고리세, 허엉~”
 천 번을 해도 한 열 번 더 하고 끝날 때“일천 열이로세, 쉬어가세”하고 끝나고, 쉬었다 다시 할 때는“열이로세 허엉~”하며 시작해. 그랑께 일천에 끝나면“하나로쎄”하고 시작하고 그란당께.
 물이 차면 밤에도 해. 달밤에 물 푸는 소리가 그라고 좋다는 사람도 있어. 멀리서 들으면 노래소리하고 물 떨어지는 소리가 번갈아 들리면서“저 사람들은 쉬도 안 한다냐”할 때 쯤이면“쉬어가세”하고, 한참 있다가 또 하고 그라제.
 우리 마을이 두레꾼들이 있었어. 잘한 사람은 쌍두레, 시쌍두레까지 했어. 하나로 하는 것은 외두렌디 두 사람이 하는 것이고, 쌍두레는 네 사람이 두레 두 개를 나라니 하는 것이어. 시쌍두레는 여섯 명이 세 개를 푸는 것이여. 안 쪽 두레는 기를 높이 들어서 푸고, 중간 두레는 가운데 만치 푸고, 뒤쪽 두레는 맨 아래턱을 넘겨서 푸는 것이어. 서로 호흡이 맞아야 해. 그라믄 재미도 있고 힘도 안 들어.
 물 넘길 때는 살짝 들어 올리고 허리들 뒤로 자치는 것이 요령이어. 그래야 힘이 덜 들지. 물 넘어가는 둑에는 가마니를 깔아서 흙이 깎이지 않게 해야 해.
 모내기철이면 물 푸는 소리가 사방에서 들리고, 물 잘 푼 사람은 여기저기 불려 다니느라 바빳어. 나중에는 발동기 달린 양수기가 나왔고, 요즘은 전기 펌프로 쉽게 한디, 전에는 우리가 인간 펌프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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