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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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이야기 신북면

부엌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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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부엌떼기들은 밥상 놓고 밥을 먹어본 적이 없어라. 시아부지, 시어머니 밥상 차리고, 시아제들 밥상 차리고, 시누이랑 애기들 밥 차려주고 나서 나는 정게에서 쪼그려 앉아서 먹었어라. 어른 조심해서 살아야 하고 그랬지. 삼 대가 같이 살았어. 식구가 늘어나면 넘의 작은 방으로 재금내서 자고 와서 밥해 먹고 그랬어라.
 그 전에는 정게는 시커먼 흙바닥이었어. 벽이랑 천정이랑 온통 시커먼 끄스럼으로 컴컴했지라 불을 켜도 시컴해. 그런데서 웅크리고 부삭 앞에서 먹었당께. 반찬 하나라도 있으면 다행이고 안 그라면 바가지에 물 말아서 꾸역꾸역 집어 넣지라.
 정게에는 솥단지 걸어놓은 아궁이가 둘 있고, 한 쪽에 살강 있고, 다른 쪽에 나무 쟁에 놓고, 동우 쪼간한 것 몇 개 있고 얼개미 걸려있고 그랬지라. 설거지는 정게 밖에서 했어라.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밖에서 했제.
 낮에는 하루 종일 밖에서 일하고, 집에 들어와서는 방애 찧어서 밥하고, 빨래하고, 미영베 짜고 하느라 제대로 방구석에 앉을 참이 없고, 말 그대로 부엌데기지라. 그나마“고상 한다”말 한 마디라도 해 주면 좋것는디, 아무리 해도 구박만 당하는 천덕꾸러기 신세였어라.
 해도 해도 나을 길 없는 살림에 시아제들 제금 나가고 시부모 돌아가신께, 그나마 숨통 트입디다. 밥상에서 밥 먹은지 얼마 안 됐어라.
 여자 팔자가 뒤웅박 팔자라 한 번 시집가면 그걸로 끝이어. 지금처럼 걸핏하면 이혼하고 그런 시상 아니었어라.
 지금은 늙었어도 이라고 산께 참말로 좋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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