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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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이야기 시종면

죽어서 만난 할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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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릴 적 여름방학 때 친구들하고 저수지에서 참외 건져먹기 하다가 물에 빠져 죽었다가 살아 났는디, 두 시간 만에 살아났어라.
(조사자 : 참외 건져먹기가 무슨 말씀입니까?)
 그랑께 그때가 중학교 이 학년 때여. 인자 친구들하고 그냥 목욕하러 가면 심심한께, 그때는 삼밭이라고 마을 사람들이 이것저것 오이도 쪼간 심고, 참외도 심고 여러 가지 채소를 심었어. 그라면 친구들하고 댕기면서 참외랑 오이를 따갖고 저수지로 가서, 저수지 에다 참외를 놔두고 절대 그냥은 못 먹게 하고, 하나씩 저수지 안으로 던져놓고, 친구들은 홀라당 벗고 저수지 둑에 일렬로 서. 그래갖고“요 이~ 똥”하면 전부 저수지로 뛰어 들어가서, 수영해서 먼저 참외를 잡은 사람이 먹고 나면 또 하나를 던지고, 다 떨어질 때까지 그렇게 하고 놀았어. 수영 잘 못한 사람은 하나도 못 먹었어.
(조사자 : 어떻게 죽었다가 살아 나셨어요?)
 그랑께 그날도 저수지에 참외를 던져놓고 수영해서 간디, 내 앞에 한 사람 가고 내가 두 번째여. 인자 그래서 내가 먼저 잡을라고 있는 심을 사정없이 내서 가다가, 다리에 쥐가 내려 부렀어. 그랑께 다리가 마비돼 부렀제. 나는 나올라고 해도 못 나오고, 물도 엄청나게 먹고 정신을 잃어 부렀어. 그 후로 어찌크롬 되었는지 몰라 부렀제.
 그란디 정신도 없고 꿈속 같은디, 먼 소리가 들린디, 기운은 하나도 없고 그래서 이라고 한참을 있다가 가만히 눈을 떠본께, 사람들이 빙 둘러 서 있는 거여. 친구들도 있고, 동네 어른들도 있고, 여자들도 있고, 장 돼 부렀어. 그란디 나는 홀라당 벗고 누워 있드라고.
 오~메 오메 얼마나 창피한지, 이라고 쭈그리고 앙거서 고개 처박고 있응께, 사람들이 살아났다고 박수를 치더라고. 나는 창피해서 죽것는디, 정신이 조금 드니까 옷을 입고 집에 와서 방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디, 아무 생각도 안 났어. 부모님은 그때까지 모르고 계셨어.
 저녁에 마을 어르신들이 집에 오셔서 우리 아버지께“오늘 형님 아들 저놈 죽었다가 살아났소. 동네 친구들하고 저수지에서 참외 건져 묵고 놀다가 물에 빠졌다가 두 시간 만에 깨어 났는디, 저놈 명이 질 것이요”하드라고.
 나중에 친구가 얘기해 주었는디, 내가 안 보여서 찾아 본께, 저수지 가운데서 몸은 물속에 있고, 두 손만 물 밖으로 나와서 죽은 듯이 있드레. 물이 깨끗해서 물속까지 다 보이거든 수영해서 나를 건지자니 저도 죽을 것 같고 마을은 멀고 그래서 같이 수영한 십여 명 친구들이 물속에서 양팔을 이렇게 벌리고, 제일 작은 사람이 을 잡고, 그 다음 그 다음 서로 손을 잡고 인간 밧줄을 만들어 갖고, 나를 잡을라고 한디, 한 사람 정도 부족해서 내 손을 못 잡고, 물을 막 치니까 내가 떠내려 와서 간신히 내 손을 잡고 있은께, 사람 빠져 죽었다는 소리를 듣고 마을 사람들이 몰려와서 나를 건져놓고, 인공호흡을 시키고 죽었다고 난리가 났는디, 내가 눈을 뜨고 살아났다고 했어.
 아무 힘알태기도 없고, 정신도 없고 그래서 이틀 동안 방에 가만히 있는디, 우리 아버지가 나한테 와갔고 물어 보드라고“너 물에 빠졌을 때 꿈속에서 염라대왕 만났냐”고, 그래서 가만히 생각해 본께 어떤 할아버지가 나보고“니 이름은 물에 빠져 죽을 이름이 아니니 빨리 가라”고 했다고 그랑께. 그때 아버지가 나한테 그라드라고.“니 이름이 이룰 성에 물가 수자여. 돌아가신 느그 할아버지가 보살폈다고 했는디, 저수지 바로 위에 할아버지 산소가 있거든, 할머니 산소랑 나란히 있어”그라더라고.
(조사자 : 그때 함께 수영했던 분들은 어디에 계십니까?)
 다 시종에서 살고 있제. 만나서 술 한 잔 하면서 그라제, 맨 안쪽에서 내 손 잡은 사람이“너 내가 살려 주었는디, 함부로 까불지 마라”고 그라고 웃고 그래.
 그 후로 나는 절대 수영 안 했어. 그라고 그런 참외 건져먹기 수영놀이는 마을에서 없어져 부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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