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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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이야기 도포면

말난굴 아기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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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마을 전설에 의하면 말난굴 몰무덤 아기장수 이야기가 있어요. 말이 나왔다 해서 말난굴, 말이 죽어 묻혔다 해서 몰무덤이라고 하지라. 옛날에는 말을 몰이라고도 했어라. 마을 저쪽에 나무도 없이 큰 흙무덤이 있었어요. 무덤이 동산마니로 때락 컸어. 비가 오면 흙이 씻겨 내려갔제. 우리가 어렸을 때 몰무덤에 비가 내리면 흙이 비에 씻긴 자리에서 은방울이 나오고 구슬이 나왔단 말이요. 오색 구슬이 나와라. 큰놈은 큰놈대로 끼고, 작은놈은 작은 대로 끼고. 큰 구슬은 목걸이 하고, 작은 구슬은 끼어서 까락지 했어요. 구슬도 치고.
 동네 어른들 이야기 들어보면, 옛날 원앙사 절이 있을 때 절 위쪽 집에서 주씨 성을 가진 사람이 살았데요. 원앙처럼 금슬이 좋은 부부였는데 그 주씨네 아낙네가 아들을 하나 낳았다요. 애기를 난지 얼마 안 돼서 빨래 할 때가 되었지라. 그란디 옛날에는 샘에서 빨래를 못하게 했어라. 더구나 절 샘에서는 더더욱 못하게 했제라. 그래도 빨래는 해야 쓰겄고 해서 산모가 시기를 여시고 있다가 어느 그믐날 밤 빨랫감을 들고 절샘으로 빨래를 하러 갔어요. 달 없는 캄캄한 밤을 틈타서 누가 볼까 무선께 빨래를 벼락같이 해갖고 부리나케 집으로 돌아왔지라. 빨래를 널라고 방문 쪽으로 갔는디, 방안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는 것이요. 저 소리가 먼 소리다냐 하고 문틈으로 방안을 들여다보니 애기가 이상하거든. 애기가 난다고 그랄까? 아, 이 애기가 천장에 붙었다 벽에다 붙었다 막 그란다 그것이여. 방 안 여기저기로 막 날아댕긴 것이제. 그람시로 방 안에 있는 파리를 몰고 다님시로 다 때려잡아분다 이것이요.
 이것을 보고 애기 엄마가 간이 쿵 내려앉아 부렀지라.‘워매, 저것이 먼 일이다냐? 애기가 날아다니다니 이것이 보통 일이 아니네’하고는 남편에게 달려가서 이야기를 했제. 그러자 남편도 깜짝 놀라 뒤로 자뿌라져 부렀제. 장수가 태어난 것이 틀림없는 것이제. 옛날에는 집안에 애기장사가 나오면 나중에 커서 역모를 꾀할 수 있다고 삼족을 멸한다고 했어요. 이 사실을 누가 알면 난리가 나게 생겼지라. 부인한테 이 사실을 절대로 누구한테 말하면 안 된다고 신신당부를 했제. 말이 새 나가면 애기도 죽고 집안도 몰살당한다고 말이여.
 그란디 애기 엄마가 이 비밀을 자기만 알고 딱 가슴 속에 묻어뒀어야 하는디 안타깝게도 그러질 못한 것이여. 시암으로 물질르러 댕기다가 어느 날 깜빡 이 말을 입 밖에 내분 것이제. 그러니까 그 말이 전달 전달해져서 무족지언비우천리, 발 없는 말이 천리가드라고 인제 나랏님, 임금님 귀에까지 들어가 부렀어.“이름 없는 백성의 집에서 아기장수가 태어나다니! 틀림없이 커서 역모를 꾀하겠지”왕족이나 대갓집이 아닌 평민의 집에서 장수가 태어난 사실 자체가 죽어 마땅한 대역죄였제. 임금은 그 애기장수를 가만 둘 수가 없었제. 속히 잡아서 죽이라는 어명을 내렸제.
 인자 관아에서 병사들이 곧 그 애기장수를 잡으러 온다는 소식이 주씨네 산모에게도 전해졌제. 엄마는 애기가 불쌍해서 피멍이 들도록 가슴팍을 치며 울었제. 하지만 아무리 울면서 후회를 해도 이미 때는 늦어 부렀제. 애럽게 정신을 차리고 가만히 생각해보니 남편이 했던 말이 생각나는 것이여. 자기 때문에 일이 이렇게 생겨분 것인디 애기도 애기지만 집안 걱정이 앞서는 것이었제.‘오매 큰일 나부렀구나, 이제 관군들이 쳐들어오면 우리 집안사람들 다 몰살당하겠구나’하는 무서운 생각이 앞선 것이제. 그래서 병사들이 오기 전에 내가 먼저 손을 써야 되겠다는 독한 마음을 품었다요. 먼저 죽여서 묻어불고 그런 애기 없다고 하면 우리 집안은 건사하겠지라는 생각을 한 것이제. 그래서 이 엄마가 피눈물을 흘리면서 아기장수를 잡아다가 보자기에 싼 다음 빨래방망이로 꽉 눌러서 죽여 부렸다는 것이요.
 아기장수가 죽어분 뒤로 한 며칠 있은께, 말난굴에서 용마가 한 마리 뛰쳐나왔어. 장수를 태우러 온 것이제. 훌륭한 장식을 달고 나왔어. 온 몸을 은방울과 오색구슬로 찬란하게 치장을 한 씩씩한 용마였는디, 주씨 집이 있는 원앙사 주변을 빙빙 돌면서 계속 뛰어다니는 거여. 바로 지가 태울 주인을 기다린 것이제. 그란디 몇날 며칠을 돌아다녀도 주인이 안 나오는 거여. 그 아기장수가 말 주인인데 자기 엄마가 죽여 부러서 못 나온 거제. 그렇게 말이 며칠 동안 은방울 오색 구슬을 찰랑 거림시로 히이잉 히이잉 울면서 돌아다니다가 끝내 주인이 나타나지 않은께 기진맥진해서는 아기장수가 묻혀있는 자리 위에 물팍을 딱 꿇고 꼬꾸라져 죽어 부렀제. 그랑께 동네 주민들이 말이 죽은 자리에 그대로 흙을 덮어 부렀어. 그래서 큰 무덤이 생겼고 거기를 몰무덤, 말무덤이라고 불렀제.
 억울하게 죽은 아기장수와 용마의 한이 얼마나 컸으면 땔싹 큰 무덤에 풀 한포기, 나무 한 그루 안 자랐겠소? 그러고 난 후 먼 까닭인지는 모르지만 원래는 주씨가 많이 살았던 이 마을에 현재 김씨와 곽씨 두 성씨들만 살고 있지 주씨 성을 가진 사람은 한 명도 없다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쩌그 산비탈에 주씨 집안 선산이 있어서 조상묘지도 많았었는데 다른 사람이 사서 개간을 해버리고 지금은 무덤 하나 남은 게 없다요. 아무튼 묘하게도 우리 마을에서 주씨 집안 흔적이라고는 암것도 없이 다 사라져 분 것이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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