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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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이야기 군서면

양반가문에 든 기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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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죽을 사랑했던 홍랑 얘기 들어봤어요? 조선 최고의 기생을 꼽자면 황진이, 매창, 그리고 홍랑이 있는데 황진이나 매창은 여러 남자를 사랑하고 외롭게 죽은 기생들이고, 홍랑은 오직 한 사람만을 사랑한 기생이예요. 그것이 달라요. 홍랑은 오직 한 사람, 바로 우리 고죽 할아버지를 사랑했지요.
 당시 홍원 기생이었던 홍랑이 고죽 최경창에게 반해서 북도평사로 부임하는 곳까지 따라가서 사랑을 했고, 고죽이 아프다는 소식에 칠일 밤낮을 걸어서 서울에 온 일도 있어요. 지극정성으로 간호해서 고죽을 살려내기도 했지요.
 고죽과 헤어지면서 쓴 시가 옛날 국어교과서에도 나오는데, 내가 한번 읊어볼까요.

“묏버들 가려 꺾어 보내노라 임에 손에
 자시는 창밖에 심거두고 보소서
 밤비에 새 입 곧 나거든
 나인가도 여기소서”

 아주 이쁜 시여. 이런 사랑 받아보면 얼마나 좋겄소. 그란디 애석하게도 고죽이 젊은 나이에 저 세상으로 떠났는데 그때가 나이 사십오 살이었어요.
 고죽의 사망 소식을 듣고 달려온 홍낭이 고죽의 묘에서 떠나지 않고 매일 제를 올렸는데, 보통 장남도 올리기 힘든 일을 여인이 혼자 삼년도 아니고 십년 가찻게 했어요. 혹시나 다른 남자들이 넘볼까봐서 자기 얼굴에 상처를 내서 흉하게 하고 지냈다 해. 그러다 임진왜란이 나자 어디론가 몸을 피했다가 전쟁이 끝나자 고죽의 집을 찾아 구림에 와서 고죽의 유고를 전하고 죽었다 해요.
 기막힌 것은 해주 최씨 가문에서 홍랑의 진실한 사랑을 높이 사서 그녀의 이름을 가문의 족보에 올리고, 그녀의 묘를 가문의 선산에 안장해 줬어. 파주에 가면 지금도 고죽의 묘아래 홍랑의 묘가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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