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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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이야기 군서면

할머니 당산 · 할아버지 당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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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마을에는 당산이 두 분인 것이 특이하제. 그런데 할아버지 당산보다 할머니 당산이 기운이 더 쎄당께. 다들 할머니 당산을 먼저 모시고 나중에 할아버지 당산한테 간당께.
 할머니 당산은 마을 안 쪽 탐진 최씨 문각인 오돈재 마당가에 있는데, 사백년 넘은 느릅나무로서 당산지신이라 모시고, 할아버지 당산은 동네 바깥쪽, 바닷가 방향에 있는 네모난 입석을 서호지신이라 부르제. 다른 말로는 할머니 당산을 윗당산, 할아버지 당산을 아랫당산이라고도 부르제. 보통 할아버지, 할머니 같이 부부는 같은 모양인 것이 흔한디,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 당산은 생긴 것도 다르고 위치도 떨어져 있어.
 우리 마을에서는 정월 대보름날 먼저 할머니 당산에서 당산제를 모시고 그 다음으로 할아버지 당산으로 간 것이 맞제. 할머니 당산이 굿과 흰 꽃을 좋아한다고 해서 고깔에 흰 꽃을 만들어 쓰고 풍물 굿을 크게 하는 것이 자랑이어. 특이 자손 복을 원하는 사람들이 다 모여서 성대히 제사지내는 통에 많은 자손을 잉태하고 태어난 자손이 탈 없이 잘 자라지. 부정 타지 않으려면 당산제를 맡은 유사가 중요한디, 할머니가 좋아할 정도로 과실이 없고 몸과 마음이 깨끗해야 해.
 아무튼 유사가 정해지면 상가에 가도 안 되고 여자를 품어도 안 돼. 다들 잘 아시겠지만 우리동네 젊은이들이 육이오 전쟁 때 참전하고도 죽거나 다친 사람 없이 무사히 돌아온 것이 다 당산 할머니 때문이 아니것소.
 원하는 자식 잘 낳고, 낳은 자식 잘 자라면 얼마나 좋것소. 할머니 당산굿이 끝나면, 다 같이 마을우물터에 가서 샘굿을 하며 잘 먹고 잘 살게 해 달라고 빌제. 물이 풍부해야 가뭄 없이 풍년이 드는 것이여. 샘굿을 하고 나면 그제야 바닷가에 있는 할아버지 당산으로 가서 당제를 모신디, 이때에도 칠장소지를 하면서 마을의 안녕을 빌제. 아마도 외부로부터 나쁜 것들이 못 들어오게 하는 바람도 있고, 바다에 나가는 남정네들의 무사귀환을 비는 것도 있었것제. 아무튼 할아버지 당산제까지 끝나야 마을 사람들은 집으로 돌아가 집집마다 제사를 모시는 것이 우리 마을 전통이지. 우리 마을 사람들은 자식들이 사고 없이 객지에서 성공한 것이 당산 할머니 덕이라 생각하고 마을 사람들이 장수하며 잘 지낸 것이 당산 할아버지 때문이라 생각하며 살고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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