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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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이야기 서호면

의처증 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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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혼하고 맨날 맞고 살았어요. 맨날 저년 죽인다고 칼을 갈더라고요. 걸핏하면“어느 놈이냐”고 소리치면서 찔러 죽인다고 난리였어라. 일도 안하고, 돈도 안 벌고, 아무것도 안하고 있음시로, 내가 바느질하면 옆에서 칼을 갈고 있고, 얼마나 무섭고 마음이 졸이겠어요.
 기도 못 피고 살지, 무서워서. 그란디 그 양반 하는 짓거리가 귀신 붙어서 하는 짓이지, 맨 정신으로 하는 게 아니지라. 그런 행동을 하니까, 자기도 명태 꼬챙이 마니로 빼빼 마르더라구요. 저녁에 비몽사몽 자다가 새벽 네 시쯤 되면 증상이 더 심해지더라고요. 누가 나가는 것이 보인가 보더라고요.
 하루는 하도 무섭고 죽을 것 같아서 세 살짜리 애기를 업고 잠깐 나가려고 하니까, 어트게 알고는 뒤쫓아 와서 엉덩이 위쪽 허리를 칼로 두 번이나 내리찍어 불더라고요.
“뭣 땜에 칼로 사람을 찌르고 그러냐? 미칠라면 곱게 미쳐야지!”하니까, 그 양반이“내가 칼로 찔렀어? 오메, 진짜 피 나네”하는 거예요.
 옷을 들춰보니 피가 줄줄 나니까 그래도 아까징끼 발라주대요. 등에 업은 애기는‘엉엉’울고, 그러다가 또 징나서 두들겨 패고 그랍디다. 나는 안 맞을라고 도망가려니까 도망간다고 쫓아와서 또 때리고. 어트게 살았는지 몰라요.
 언젠가 여름이었을까라? 하루는 방에서 국을 떠놓고 밥 먹으라고 하는데 애기가 국에 텁석 앉아버린 거여. 이를 어째 애기 엉덩이가 빨갛게 다 디어 갖고, 소주를 바르고 난리가 났제. 얼마나 놀랬는지 몰라. 문댕이 약을 발라줘도 소용없고, 애기를 등에 업어줘도 울고, 이렇게는 못살겠다 싶어 우는 애기 등에 업고 그냥 나와 부렀어.
 그 때는 농사철이라 들에는 모를 심고 있더라고. 그란디 이 양반이 쫓아 오더라고. 어딜 가냐고 함시로 쫓아오는 거여. 그래서 나 이러고는 못 살겠으니 애기업고 간다고,“미친 사람하고 어트게 사냐, 나 좀 내버려두라”고 했더니‘그대로 못 간다, 이년’함시로 칼로 가슴을 두 번이나 찌릅디다.
 하도 놀래서 나도 모르게 똥을 다 쌌어. 애기는 등에서 울고. 앞섶에서 피가 흐르고 눈물에 콧물에 똥물에 얼척 없었어라. 그런대도 이 양반은“이년 때려 죽인다”고 따라 오는 거여.‘어여 옷이나 빨아 입자’하고 냇가에서 대충 씻고, 옷을 주물러 입고 애기를 업었제.
 어서 경찰서나 나와라, 이놈 잡아가라고 하면서 한 십리 길을 걸어가다 보니 경찰서 비슷한 데가 보이더라고. 그래서‘이렇게 맨날 두들겨 패고 싸우며 사느니 경찰서 가서 해결하자’했더니, 이 양반이 파출소는 죽어도 안 간다는 것이여. 막 멱살을 틀어잡고 빨리 가자고 대들었제. 이판사판이었어. 그란디 어쩔 것이요. 내가 힘이 없는디. 힘이 없으니께 집으로 돌아왔지라.
 가슴의 상처에는 아까징끼 바르고, 울 애기 화상에는 문댕이 약 바른게 끄덕끄덕해서 좋아지더라고요. 내가 그렇게 살았어라. 우리 집 양반이 미쳐가지고 헛것이 보였는 갑습디다. 새벽 네 시가 되면 그 증상이 별라도 심해졌제. 사는게 사는 것이 아니었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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