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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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이야기 서호면

자식 같은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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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집 양반이 소를 키운다고 첨에 쩌그 남산에서 송아지 한 마리를 십팔만원을 주고 사갖고 왔어. 그래갖고 늘리고 늘리고 해서 칠팔 마리까지 늘렸제. 그때가 소 파동이 나갖고 겁나게 비쌀 때였어. 그래서 안 폴고 새끼를 나서 키고 키고 했었제.
 집에서 키움시로 소가 늘어난께, 냄새 난다고 누가 면사무소에 민원을 넣고 징했제. 그랑께 면직원이 집에도 오고 그랬지라우.
 근디 어미 소가 이상하게 아픈가 밥도 안 먹고, 힘도 없고 그냥 눈만 껌벅 껌벅 하고 있은께, 나도 잠도 안자고 옆에가 같이 있었제. 한 십년을 내 새끼처럼 키웠은께 정이 깊었지라.
 그것이 병이었든갑서. 그란디 모르고 약은 안 믹였지라우. 다른 소는 괜찮은디 어미 소만 그랑께, 날마다 옆에서 우유도 끓여서 믹이고, 우리 집 양반은 생 계란도 깨서 많이 믹이고 그래도 일어나지 못하고 누워만 있었어요.
 그란디 소도 지가 죽을 때가 되면 안갑서. 삼일 되았는디 소가 누워서 나를 쳐다봄시로 눈물을 흘린디, 나도 어뜨게 눈물이 나갖고 막 울었지라우.
 그라다 본께 소가 쭉 뻗어불드라고. 그랑께 인자 무사갖고 벌벌 떰시로 그냥 정신이 나가붑디다.
 인자 자식처럼 키웠는디 잡아먹을 수도 없고, 지금 같으면 신고할 것인디, 그때는 그런 것도 몰랐제. 소가 한 오백 키로는 되았을 것이요.
 누가 알까봐 말도 못하고 있다가 저녁 열두 시가 된께, 남편하고 둘이 경운기 추레라에다 소목을 쨈매서 실었어. 그렇게 무건 소를 서너 시간동안 몸부림을 쳐갖고 실었는디, 어떻게 둘이 실었는가 몰겄어.
 그걸 싣고 어디로 가것어. 뻘땅으로 가다가 그 우게 산으로 갔어. 캄캄한디 경운기가 갈 수 있는 디까지 올라 갔제. 올라가서 본께 뭔 벌목을 해 났는디, 남편하고 둘이 낑낑대면서 내려서 나무로 덮어 놓고, 집에 와서 얼마나 울었는가 몰것어. 몇 날 며칠을 밥도 못 먹고 울었지라, 자식같이 기른 소였는디.
 자식을 키우려면 소처럼 좋은 동물이 없지라. 소가 새끼를 낳으면 그것으로 자식 학비를 대주고 했는디, 그래서 자식을 생각하면서 키우던 것인디, 그것이 죽어분께 꼭 자식이 죽은 것맨치 맴이 아펐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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