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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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이야기 학산면

사람 피 빨아먹는 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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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계리 초안부락에서 회현마을로 넘어가는 질목에는 삘간 흙으로 덮인 나지막한 산이 있어. 초안부락 사람들은 영암 가는 뻐스를 타기 위해 회현마을로 감시로 그 산을 넘어야 했는디, 송정마을과 회현마을 사람, 특히 애들은 학산초등학교에 다니기 위해 이 산을 매일 넘어 다녔어.
 비라도 오면 붉은 흙은 마치 핏물이 스며든 것처럼 더욱 선명해 지는디, 그래서 비가 오면 사람들은 이 산을 넘기를 더욱 두려워했어. 사람들은 흙이 붉은 이유가 사람의 피가 많이 스몄기 때문이라 믿었어.
 어린 시절 한 치의 의심 없이 믿었던 이야기인디. 어린이 피를 빨아먹는다는 뽈기에 관한 것이여. 뽈기는 키가 작고 깡마르며, 머리카락은 짧고 피부와 머리카락, 눈썹이 모두 하얗게 생긴 사람 또는 사람 모양의 귀신으로 믿었어. 뽈기는 어린이 피를 좋아하는데 특히 못 된 어린이의 피를 좋아한다했어. 뽈기는 드라큘라처럼 사람의 목을 물어 피를 빨아먹는디, 뽈기에게 빨리면 죽는다는 것이지.
 비가 올 때면 뽈기를 목격했다는 이야기가 많이 전해졌는디, 학산초등학교 뒷산에 주로 나타난다는 이야기가 많았어. 그 내용은 하얀 뽈기가 빡빡머리에 손을 아래로 쭉 내려뜨려서 좌우로 흔들흔들 거리면서 춤을 춘다는 것이여. 팔이 유독 질다고 하고, 달리기를 잘 해서 잡히면 딱 달라붙어 피를 빨아 먹는다고 믿었어.
 과거 육십 년대 학산면, 미암면, 서호면 사람들은 뽈기에 대한 기억을 갖고 있는 사람이 많어. 특히 어린이와 여자들은 뽈기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밤에는 밖을 나가지 못했다고 해.
 육십 년대에는 학교 가는 길에 마을 어린이들이 모여서 구령을 맞춰가며 단체로 걸어 다녔는디, 그래서 등굣길에 산을 넘는 것이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어, 하지만 하굣길에는 상황이 달랐어, 학년마다 반마다 하교 시간이 달라서 혼자 산을 넘게 되면 두려움에 떨었어.
 송정과 회현 마을 어린이들은 동네 형이나 동생들이 오기를 지달렸다 가는 일이 많았고, 보슬비라도 내릴 때면 혼자 가는 것이 거의 불가능했지. 여럿이 가는 경우라도 몸과 마음을 야물딱지게 했어. 책보자기를 허리에 단단히 묶고, 신발을 벗어 두 손에 꽉 쥐고 호흡을 가다듬었다가, 초안이를 벗어나 산에 가찹게 오면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모두 함께 디져라 내빼기 시작했지.
 원체 여러 해 동안 별다른 사고가 없어 뽈기가 실지로 있을까 의심도 들지만, 비가 오면 더욱 진한 핏빛으로 변한 흙을 보면서 다시 두려움이 생겨났지.
 그란디 뽈기가 죽었다는 소문도 많이 있었는디, 동네 청년이 낫으로 쳐 죽였다는 것이여. 그래봤자 비만 오면 뽈기에 대한 무섬증이 도지제. 덕분에 비오는 오후에는 집에 빨리 들어가는 애들이 많았을 수밖에 없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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