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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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이야기 학산면

남편 벌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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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스물넷 늦은 나이에 결혼했어. 그 때는 보통 스무 살이 지나면 혼사가 오가는디, 나는 어머니가 중풍에 떨어지는 바람에 뒷바라지 하다가 늦어졌어. 남편이 선보러 해남에 왔는데, 옛날 어른들은 왜 그랬는가 몰라, 한 방에 나이 잡수신 집안 어른들이 한 삼십 명 앉아 갖고, 신랑은 저기 문 앞에 앉히고 나는 부엌문 옆에 앉혀 놨는데, 어른들 계신디 어찌게 얼굴을 들어보것소. 남자 얼굴도 못 봤당께라우.
 사흘 후에 혼례를 치루고, 거그서 첫날밤 치르고 신랑이 하루 더 자고, 여그 시갓집도 안 오고 바로 군대에 가버리고, 나는 친정집서 해 믹이고 섣달 스무 다세 날 이리 왔어. 말 구루마에 혼수 싣고 왔는디, 남편이 없는 거여. 친정아부지얼척이 없었지만 할 수 없이 나만 놔두고 계곡으로 돌아갔어. 나중에 휴가 받아 왔는디, 제대도 안 하고 나 혼자 삼년이나 있었지. 시할머니가 대문 밖에도 못 나가게 했어. 그 세월동안 애기 못 난다고 나보고 고자라 했어.
 요즘 같으면 뛰쳐나갔겠지만, 그때는 우리 아부지가 하자는 대로 했지. 아부지 말씀이“우리 임씨 딸들이 영암으로 다 갔다. 집안 욕 얻어먹게 하면 안 된다”라고 한께 참고 살았지.
 참고 살다보니 이남이녀를 낳았어. 그란디, 막내를 섣달에 낳았는디, 별척스럽게 울어. 저녁내 보듬고 날을 샜어. 며칠이 지나도 시도 때도 없이 울어 싼께, 당골이, 남편이 잘못해서 그런다고 벌줘야 한다고 했어. 하도 운께 당골이 보더니 남편을 불러서 벌을 줘야 한다고 해.
 그래서 날 잡아서 남편을 꿇어앉히고, 뭐라 뭐라 하고 물을 남편 얼굴에 찌끌고 그래. 어디 나쁜데 댕겨 와서 그런다고, 잘못했다 그래. 남편이 웬만하면 그런 것 안 할텐디, 그때는 애가 하도 운께 무조건 빌더만.
 남편 벌주고 난께, 이레 정도 지나 울음이 딱 그쳤어. 그 애가 막둥이여. 지금 제일 잘 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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