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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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이야기 학산면

호랑이 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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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아버지가 천구백년 생인디 나를 늦게 낳고 백열 살 잡수시고 돌아가셨어. 그 우에 할아버지가 아버지한테 해 주신 이야기를 다시 아버지가 나한테 해 준 호랭이 이야기가 있어. 해줄까?
 우리 동네서 밤만 되면 남편이 나갔어. 밤중에 딱 나가, 그라고 새벽에 이슬 맞고 들어와. 마누라가 생각한께, 아무래도 이상해. 밤마다 나가서 아침에 들어온디, 어디를 싸돌았는지 이슬에 흠뻑 젖어온다 말이어. 그래서 하루는 자는 척 하고 있은께, 남편이 살그머니 일어나서 또 나가. 그래서 남편 뒤를 밟았어. 한참을 따라갔더니 저기 은적산 병풍바우로 가더니 그 아래 호랭이 굴이 있는데 그 안으로 들어가더니 책을 가지고 나와.
 책을 보면서 뭐라고 중얼거리더니 재주를 빨딱 넘고, 또 빨딱 넘고, 그렇게 세번을 재주 딩굴더니, 호랭이로 변해서 어디론가 달려가버렸어. 마누라가 놀래서 숨도 못 쉬고 집으로 돌아왔더니, 늦은 새복에 남편이 슬그머니 들어와서 누워. 마누라가“밤새 어디 갔다 왔소?”그란께 남편이“꿈속에 세상 구경하고 왔소”하고 대답해.
 다음 날 한 밤중에 남편이 또 슬그머니 나가는 것을 보고 마누라가 기다렸다가 새벽에 병풍바위로 가서 숨어있었어. 그랬더니 어디서 큰 호랭이가 오더니 굴 속에서 책을 물고 와서 뭐라고 시부렁거리다가 빨딱 재주를 넘고 또 넘고 하다 세 번째에 남편으로 변했어. 마누라가 집에 얼른 와서 자는 척하고 있었더니 남편이 들어와.
 아무리 생각해도 호랭이 남편이랑 사는 것이 불안해서 못 살것어. 그래서 마누라가 어느 날은 남편을 따라갔다가 남편이 또 호랭이로 변해서 어디로 가버리자 굴속에 들어가서 주문책을 불 질러부렀어. 호랭이가 돌아와서 책이 없은께 다시 사람으로 돌아올 수가 없었어.
 그 뒤로 호랭이 한 마리가 이 집에 와서 어슬렁거리면서 짐승도 안 잡아먹고 사람도 안 잡아먹고 그랬어. 마누라가 본께, 자기 남편이 호랭이 모습으로 밥을 못 먹고 사는 것이 안쓰런께 밥을 해줬는디, 그것도 제대로 못 먹고 얼마 있다 죽어버렸어. 마누라가 후회하고 호랭이 묘를 써줬는디, 요 뒷산에 호랭이 묘가 있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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