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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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이야기 영암읍

점말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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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암 배죽머리 근처에 옹기 굽던 점말이 있었어. 새 동네가 거기 가마자리여. 그쪽에 배죽머리라고 옛날 바다와 이어졌을 때 배들을 쨈매놓던 자리여. 그곳에 진흙이 매장되어 있는 것을 보고 터를 잡은 듯 해. 어려서 보면 황토를 퍼다가 흙벽돌을 찍었어. 틀에 넣어 딱 때리면 메주마냥 되더만, 그걸로 차근차근 이어서 가마를 만들었어. 비스듬하게 질게 엄청 컸어.
 점말에는 한 삼사십 명 정도 산 것 같은디, 걱서 항아리를 만들어서 이고지고 나가서 항아리를 팔러다녔어. 아마도 여자들은 군서, 서호, 학산 등지로 폴러 다니고 남자들은 배에 싣고 섬에 가서 판 것 같아. 여기 망호정 앞에 그 사람들이 다닌 이 있었어. 옹기를 서너 개 겹쳐서 머리에 이고 손으로 잡지도 않고 요라고 내리고 흔들흔들 함시로 잘도 걸었어. 요즘 말로 생활력이 징상스럽게 강한 아짐들이었어. 날이 어둑해지면 저기 점말 쪽에서 애기들이 마중 나와서 소리쳐.“어매 어디까지 오요?”그라믄 저쪽에서“소리태까지 온다”라고 대답하고 그랬어.
 옹기는 없어서 못 팔았어. 섬에 가면 고기나 젓갈 같은 것으로 바꿔오기도 했어. 옹기가 구워져 나오면 점말 사람들은 흥청망청이어. 그 사람들은 잘 먹고 살아. 보통 사람들은 일 년에 한 번 먹을까 말까 한 고기를 수시로 먹어. 불 때면서 고사 지내고 그래. 술 퍼먹고 고기 먹고 하면서 원 없이 써버려. 옹기 팔아서 고래고기도 사먹고, 심지어 미꾸라지도 한 밀통씩 잡아먹었어. 그때는 우리는 미꾸라지같은 고기는 안 먹었어. 저런 걸 다 퍼먹는다냐하고 봤지. 짐승 같은 것들이나 미꾸라지 먹는다고 그랬어. 그 사람들은 원체 흥청망청 하다 보니까 오래 산 사람이 드물어. 보통 나이 사십이면 죽는 사람이 많았어. 아무래도 옹기굽는 일이 그렇게 중노동이었던 것 같아. 그랑께 그렇게 먹고 마셔대겠지.
 당시 점말 사람 때문에 피해본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어. 자본을 대 달라 면서 비빔밥 사주며 자꾸 꼬셔. 예를 들어서 지금 천 원을 빌려주면 옹기를 구워서 이천 원 준다한께 누군들 안 하겠어. 그라면서 실제로 그렇게 큰돈을 주기도 해. 그라면 그것을 보고 들은 사람들이 너도나도 돈을 갖다 주지. 그라다가 이번에는 재수가 없어서 옹기가 잘 못 나왔다고 핑계 대고, 돈을 안 갚아. 다음번 가마를 기다리라 해 놓고 또 그래. 막자치 기여. 자기들은 실컷 퍼 먹고 돈을 안 갚아. 옹기가 잘 못 나왔다고 핑계되면 그만이어. 점말 사람들 땜세 얼병이 든 사람도 많았어. 옹기 굽는데 뒷돈 대주다가 살림까지 못한 사람이 많았어. 그래서 마을이 망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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