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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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이야기 학산면

불속에서 나온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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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덜은 인민군들은 못 보고 지방폭도들이 막 난리친 것은 봤어. 낮에는 경찰들이 올라와 또 째깐 있으면, 밤에는 빨치산 유격대들이 내려오고 그랬어라.
 저 우게 과수원하고, 아들이 경찰도 하고, 자기 작은 자제들은 학산초등학교 교사도 하고, 우리들 스승이였어요. 그런 분이 인저 난리가 나분께, 특히나 경찰 가족이고 해분께는 저그 몸 안다칠라고 다 피난을 했어요.
 그란디 우덜은 몰랐는디, 그집 할머니가 집에서 둘도 모르게 밥을 해가지고, 산에 숨어 있는 자녀들 밥을 해가지고 가마니 가져다 놓으면, 손자분이 가만히 와서 가지고 올라가고, 올라가고 그랬는디 우리는 몰랐제.
 그래 있는 참에 머시기 해갖고는 하루는 유격대들이 진도에서 저 해남으로 해가지고, 요리 해서 가리재를 넘어서 왔어. 그 집이 부잣집이라 닭을 많이 키웠어요. 그때는 지금처럼 가다놓고 키우는 것이 아니라 들에 놔 키우는 시절이었어요.
 그런데 유격대들이 와갖고는 즈그 멋대로 경찰가족이라고 해가지고는 즈그 살림 하득기, 덕석 내다가 쫙 피고 마당에 돌아댕기는 달구새끼를 막 잡아먹고 아조 무법천지드만. 유격대 속에가 여자들이 많이 있어갖고 밥을 해먹고 그랬지. 그란디 독천 쪽에서 경찰들이 따발총을 막 쏘고 오니까 개가 왔다고,“그 사람들은 우덜보고 개라고 했는디 즈그들이 개다”고 함시로 밥을 먹다가 놔두고 내빼 부렀지라.
 그라고는 조금 있다가는 뭔 사람들이 막 오더니“주인 양반 계시오, 주인 양반 계시오”하고 찾더니만,“저 아랫집에 주인 양반은 안 계신디, 왜 그라냐”고 근께“이만 저만한 사람이 진도에서 여그 경찰한 양반 가족을 데리고 오라고 해서 왔는디, 가족이 안 계셔요 잉”합디다.
 그 집에 할머니가 있었더만 저 안에가 숨어 있으니께 모르지. 그래갖고는 우리는 모른다 그랬제. 경찰가족이라고 모두 피난 가불고 없다고 그랑께는“꼭 모시고 오라고 했는데 가족을 꼭 모시고 오라고 했는디”계속 그라길래, 없다고 없다고 그 말만 반복했지라. 처음부터 끝까지 똑같이 모른다고 그랬지.
 그 말이 끝나니까는 막 지푸라기를 끄내더니 옛날에도 무슨 라이타같은 것이 있드만, 그걸로 불을 붙여가지고는 뺑뺑뺑 돌아댕김시로 불을 딱 질러불드만. 우리가 있었다 하면 머시기 했을 것인디, 없다고 하니께 불을 질러불고 내빼붑디다.
 그래 가지고는 불이 타고 있는 뭐시기를 끄집어낼 때까지 끄집어냈지, 끄집어내서 나둔께는 불 속에서 뭣이 톡 튀어나와서 본께는 할머니가 바구리를 딱 옆에 끼고 나오더니, 반정신이 나가 가지고는 나락 밭으로 뻑뻑 기어가서, 물이 없은께 드러누워서 막 우시더만. 그래가지고 마을에 내려와서 계시다가 결국은 인공군한테 죽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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