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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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이야기 미암면

죽을 팔자 살 팔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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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열여덟 살에 시집 왔는디, 꽃다운 청춘 땐디 나는 청춘이 뭔지도 모르고 살았어라. 그때는 하도 힘이 든께 죽을라고 하다가, 살다가 내빼다가 오다가 가다가 그렇게 왔다 갔다 징한 세상 살았제.
 시집살이 말도 말어라. 내가 열여덟 살에 시집온께, 혼자된 시아버지에다 시아제가 다섯에다가 시누는 깐난이고, 내가 시집와서 다 여웠제. 배고픈 시절에 그때는 산에 가서 나무 해다가 불 때고 그런 시절이었는디, 책을 써도 몇 권은 쓰제.
 인자 시아버지가 배고픈께 쑥 캐다가 죽 쓰라고 항께 쑥 캐로 갔는디, 누가 다 캐가 불고 쑥은 없어서 쏘배기를 캐갖고 온께, 시아버지가“저년이 쑥은 안 캐고 어디서 자빠져서 놀다가 쏘배기만 캐 갔고 왔다”고 난리를 치고, 얼마나 욕을 한지 오메 어떻게 살겄소. 나나 된께 살었제, 오메 오메 징한 놈의 시집살이.
(조사자 : 쏘배기가 나물 입니까?)
 거시기 항칼쿠처럼 잎사귀에 까시 달려갖고 깨밭에나 콩 밭에 많이 난지 쑥이 업슨께 그거라도 캐갖고 왔지라우. 눈만 뜨면 쑥 캐로 댕긴께 쑥이 씨가 말라갖고 해남으로, 강진까지 쑥 캐로 다녔어라.
 말도 못해 대한민국에서 나 만큼 시집살이 한 사람 없을 것이오. 남편이 나한테 욕 한께 시아제도 따라서 욕 하고, 시아제 요만 했었는디, 다섯 살 때부터 내가 키워 농께, 인자 커갖고 말도 못할 욕을 하고 징한 시상 살었어라.
 몇 뻔 죽을라고 했는디, 못 죽고 살다가, 하도 징해서 진짜 죽을 라고 쩌그 모재 넘어 방죽에까지 갔는디, 방죽 물을 본께 퍼런 물속에 물귀신이 방죽 속에 있는디, 무지하게 무섭디다. 하도 무성께 도망 와 부렀어라. 방죽 속에 그라고 무서운 물귀신이 있는 줄 누가 알았겄오.
(조사자 : 왜 그 먼 데까지 가셨어요?)
 암도 모른데 가서 죽을라고, 나를 못 찾게 산 넘어 그 먼 데까지 갔는디, 죽는 것도 뭣이 씨어대야 죽제, 맘대로 못 죽어라. 방죽 속에 퍼런 물귀신이 있는 줄은 몰랐제.
 그라고 밤중에 바다에 빠져 죽을라고 수체도 몇 번 가보고 그랬는디, 거그도 갈 때마다 퍼런 물귀신이 있어서 무성께 와 불고 그랬어라. 그라고 논 가운데 있는 둠벙에도 갔는디, 거그서도 못죽고 와부렀지라우. 씨어대야 죽제, 맘대로 못 죽어라.
 물에 빠져서는 절대 못 죽은께, 인자 한번은 약을 먹어 부렀어라 그래갖고 쭉 뻗어 부렀제. 그란디 딸이 독일 갈라고 간호사가 대았는디, 그 딸이 링게루 꽂아 놓고, 사람들이 녹두죽도 써서 먹여주고 그랑께, 못 죽고 또 살았어라.
 그래서 죽는 것도 포기하고‘나는 내 맘대로 죽을 팔자가 아닌갑다’하고 그냥 참고 부지런히 살었어라. 장사도 하고 일도 함시로 칠남매를 다 키웠어라.
 살라고 해도 죽을 사람은 죽고, 죽을 라고 해도 못 죽고 살 사람은 다 산께, 그것이 다 팔짠갑다 하고 앞만 보고 살었제. 인자 칠 남매 다 키우고 혼자 산께 마음도 편하고, 회관에 왔다 갔다 함시로 밥도 같이 먹고 모여서 놀기도 하고 이렇게 존 시상이 어디가 있것소. 인자 죽으라고 해도 안 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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