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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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이야기 영암읍

죽은 사람의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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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시집오기 전 친정마을에서는 사람이 죽으면 죽은 사람 입에 가재 진주를 넣어드리던데, 이곳으로 시집오니께 이상하게 쌀을 넣어서 드립디다. 왜 마을마다 다를까 그것이 궁금합디다.
 나는 시집오기 전에 나주 봉황면에 살았는디, 걱서는 가재를 잡아서 등껍데기를 벗기면 쌀 같이 작은 콩알 만치 큰 동그란 것이 나오는디, 안 들어 있는 것도 있고, 있는 것도 있는디, 우리는 그것을 진주라고 불렀당께.
 우리 동네는 산골마을이라 깨끗한 물이 흐르는 골짝이 많았어라. 그래서 여름이면 그곳에 가서 가재를 잡으러 많이 댕겼어라우. 가재를 잡으면 그것들을 집으로 갖고 와서, 등껍데기를 까서 진주같이 생긴 딱딱한 동그랗게 생긴 것을 긁어 내갖고 밀가루에다가 묻혀갖고 그늘에 몰려서, 그것을 봉투 같은 것에다 넣어두었다가 사람이 죽으면 입에다 넣었어라. 어르신들 말로는 그라고 저승 갈 때 노자 하시라고 한다는구만.
 헌디 여기서는 쌀을 입에다 넣어드립디다. 이 마을에 사는 최씨는 홀애비를 모시고 자신은 불구 몸으로 또 가난하여 장가도 못 가고, 살기도 폭폭하고 힘들어 더 이상 살 생각을 버리고 죽을 생각으로 한강보 위에서 뛰어내리려고 했는디, 그때 지나가던 당골래가 죽으려는 최 씨에게 내가 방도를 알려 줄 테니 죽지 말라고 함시로, 이담에 아버지가 죽거든 입에 쌀을 넣어주면 그 다음부터는 배 곯지 않고 살 수 있다면서, 가난의 대물림이 안 될거라고 하더라는거야.
 그래서 죽으려는 맘을 고쳐 묵고 그 희망으로 살면서 가난을 참고 살았다 하더라고. 그 후부터 이 마을에서는 이 풍습이 생겼다고 합디다. 들은 얘긴디, 아마 쌀을 넣어서 부자로 살게 해달라는 소원을 비는 것 같어.
 우리가 살아있을 때는 약하니께, 사람이 죽으면 무슨 힘이 겁나게 생기는 줄 아는가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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